「신촌클럽」대학 갈등 대화로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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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가로 널리 알려진 신촌로터리주변의 연세대·서강대·홍익대 3개대총장과 학생회장단이 격의 없이 만나 대학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모든 것」을 토론하는 모임인「신촌클럽」이 탄생, 갈등으로만 인식되어온 대학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1일 오후5시30분 연세대교내 알렌관 201호실에서 첫 모임을 가진 신촌클럽은 2월초 서강대 박홍 총장이 『성명서와 대자보를 통해서만 만나왔던 총장과 학생회장단이 스스럼없이 만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보자』고 신촌주변 3개 대에 제안해 이루어진 것.
3개대 총장들은 신촌지역이 독특한 대학문화를 담고있는 자유스러운 곳이란 점에 착안, 지역명을 그대로 살려「신촌클럽」이란 모임의 명칭을 만들어냈다.
이날 첫모임에는 박영식 연세대총장·박홍 서강대총장·이면영 홍익대총장을 대신한 신동수 학생처장 등과 표홍철 서강대총학생회장·이광표 홍대학생회장·허치림 연대총부학생회장이 참석, 2시간반 동안 등록금·화염병시위 등 대학의 현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신촌클럽의 모임을 월1회 정도 갖기로 하고 모임장소도 딱딱한 곳을 피해 신촌주변의 생맥주집이나 소주집 등으로 확대해 격의 없는 토론모임을 갖기로 했으며 이날 불참한 이대측은 물론 교수·일반 학생들에게도 참여의 폭을 점차 넓혀나가기로 했다.
이날 모임에서 서강대 박총장이 『대학의 갈등이 표출되기 전에 미리 만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것이 만남의 의미』라고 강조하자 홍대총학생회장은 『이러한 제약 없는 대화를 통해 대화의 소외현상을 극복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인삿말을 주고받았다.
연대 박총장은 『84년 이후로 연대총학생회장이 제대로 졸업을 한 적이 없다』며 학생회장도 정상적으로 졸업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하자 학생회장단은 『학업과 학생운동을 모두 열심히 해 학생회장도 졸업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아야 한다는데 동감』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박총장은 『최근 파출소에 대한 화염병과격시위 등은 학생운동이 한손으로 얻은 것을 한 손으로 잃는듯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히자 학생회장들은 『6공 정권의 민주화는 국민의 힘이 무서워 행하는 일시적인 것이므로 우리는 늘 강한 힘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응수, 폭력시위에 대한 시각차는 아직도 상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이 되어온 등록금문제에 대해 총장들이 『국고보조가 최저수준인 상황에서 총장들은 재단과 학생 사이에 끼어 인상률책정에 고통을 느끼고있다』고 토로하자 학생회장단은 『인간을 만드는 교육은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는 걸프전비로 4억달러를 내기보다 교육비보조를 적극 늘려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등록금과 관련, 부족한 대학재정을 메우기 위한 기여에 의한 입학제도로 대화가 옮겨가자 학생회장들은 『유일하게 신성한 곳으로 인식되어온 대학입학에서만은 돈이 오고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대 박총장이 기여입학제도란 오랜 기간 대학발전에 공헌해온 인사의 자녀들 중 학업이수능력이 있는 학생에 대해서만 입학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나갔다.
이날 모임에서는 또한 신촌주변 4개대 정기체육대회 개최, 전경초청 행사 등의 사업을 벌여 나가기로 결정했다.
허치림 연대총부학생회장은 『진지하고 제약 없는 대화를 통해 대학의 주체는 교수·학생이란 사실이 피부로 다가옴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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