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졌지만 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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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북의 제칼로(左)가 공격에 나서는 순간 집중 수비에 막히고 있다.[도쿄=연합뉴스]

잘 싸웠다. 하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졌지만 한국 프로축구의 매운맛은 보여줬다.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전북 현대가 1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1회전에서 북중미 대표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에 0-1로 패했다. 전북은 15일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와 5~6위전을 갖고, 아메리카는 14일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준결승을 벌인다.

아메리카는 클라우디오 로페스(아르헨티나)-살바도르 카바냐스(파라과이)-콰테목 블랑코(멕시코)의 '3국 스리톱'이 출전해 공격적인 진용을 짰다. 전북은 미드필더들이 아래로 처지면서 중원을 빼앗겼다. 경합에서 흘러나온 볼은 모조리 아메리카 선수들이 따냈다. 전북은 전반 7분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골키퍼 권순태가 페널티박스를 벗어나 걷어낸 볼이 잘못 맞으면서 로페스의 발에 걸렸다. 볼은 골문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갔지만 다행히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28분, 최강희 감독은 왕정현을 빼고 '히든 카드' 보띠를 일찌감치 투입해 최전방의 제칼로와 호흡을 맞추게 했다. 보띠가 적진을 헤집어주면서 경기는 균형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전반을 마친 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전북 선수들의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강한 압박이 먹혀들고, 패스도 척척 맞아떨어졌다. 후반 16분 상대 미드필드에서 볼을 뺏은 정종관이 오른쪽으로 치고들어가 올린 크로스를 제칼로가 터닝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다리를 맞고 나왔다. 1분 뒤에는 블랑코가 전북 진영에서 특유의 '개구리 점프'를 시도했지만 볼은 뜨지도 않았다. 후반 19분 제칼로가 수비수 두 명을 돌파하고 날린 슈팅도 골키퍼가 발로 막아냈다.

후반 33분, 전북에 불운이 덮쳤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카바냐스가 문전으로 강하게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쇄도하던 히카르도 로하스가 공을 향해 몸을 날렸고, 로하스의 몸에 맞은 공은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전북은 사력을 다해 동점골을 노렸으나 급한 마음에 크로스가 부정확했다. 오히려 막판 역습으로 수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으로 그나마 추가 실점을 면했다.

최강희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전반에 지나치게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졌지만 최선을 다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도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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