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 사회주의국 원조 중단/무상원조 75% 삭감 오늘부터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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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역도 경화거래… 코메콘 무력/북한·쿠바 경제위기 가중될 듯
소련은 1일부터 새로운 대외원조법을 시행,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공식 중단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의한 이 대외원조법은 사회주의국가에 대한 무상원조의 75%를 삭감하고 모든 무역거래는 국제시장가격에 따라 달러 등 경화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같은 원조의 감축이나 거래조건의 변화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그동안 부분적으로 계속돼온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이 법으로 규정됨에 따라 그동안 원조의 감축으로 곤란을 겪어온 사회주의국가들은 견뎌내기 힘든 엄청난 충격을 받을 뿐 아니라 경제정책 운용이나 대외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는 소련의 원조에 크게 의존했던 쿠바나 북한의 경제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
또 공산권 경제협력기구인 코메콘(공산권경제상호원조회의)도 회원국간의 호혜원칙이 국제시세의 경화결제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41년만에 사실상 해체된다.
또 이 조치는 달러의 부족과 실업·인플레 등 심각한 개혁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동구 각국의 경제에도 심각한 문제를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쿠바는 그동안 매년 필요한 에너지의 70%에 해당하는 1천2백만t 이상의 원유를 국제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국내수요를 충당하는 한편 국제원유시장에 되팔아 상당한 마진을 남겨왔다.
또 주산물인 설탕을 국제가격보다 높게 소련으로 수출해왔다. 이같은 무역상의 최혜국대우를 포함,쿠바는 소련으로부터 연간 50억달러에 이르는 경제원조와 15억달러의 군사원조를 받아왔다.
북한은 해방이후 소련으로부터 무상원조만도 약 13억루블(21억5천만달러)을 제공받아왔다.
북한은 또 원유수요의 40%를 소련에서 수입해왔고 대외무역의 60∼70%를 의지해왔다.
뿐만 아니라 기계제작·야금·화학·동력공업 분야에 대한 기술제공도 3천건에 이르며,소련의 기술·설비지원으로 운영되는 70여개의 공장들이 북한전체의 전력,원유제품의 50%와 강철의 30%,알루미늄 철광석의 40%를 담당해왔다.
이들 국가뿐 아니라 베트남 등지에도 소련은 그동안 상당한 원조를 아끼지 않아왔다.
이 조치는 한편 소련이 사회주의 종주국으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점도 시사해주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소련의 원조중단이 예고되면서 쿠바 등 각국은 이에 따른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그동안 내핍과 외교확대 등 다각도의 접근을 모색해 왔다.
쿠바는 30여년간 적대관계를 계속해온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편 원유등의 절약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외교관계 개선을 통해 타개해 보려고 하고 있다.
일본에의 접근뿐 아니라 미국·호주·대만등과도 관계개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서만도 북한은 27개 서방국가의 대표단을 초청한바 있다.
베트남은 올 연초부터 소련으로부터의 원조가 완전히 끊어질 것에 대비,외화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각국에 경제협력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연장선속에서 이번 대외원조법의 시행은 북한 등 각국의 경제난을 심화시켜 결국 이들 국가들의 개방·개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서방 외교관들은 관측하고 있다.<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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