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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1500구 부검한 법의학자…그가 깨달은 ‘행복한 죽음’ <上>

  • 카드 발행 일시2024.05.10

인간에게 아름다운 죽음이란 존재할까요

지난 20년간 시체 1500여 구를 부검한 법의학자 유성호(52·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그의 답은 뭐였을까. 죽음이 ‘일상’인 그가 생각한 죽음의 의미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까.

유 교수는 SBS ‘그알’(그것이 알고 싶다) 자문과 각종 방송·강연을 통해 법의학을 대중에 널리 알려 왔다. 학교에선 2013년부터 10년 넘게 서울대 교양과목〈죽음의 과학적 이해〉를 맡아 청년들에게 ‘죽음’을 가르치고 있다. 강의 정원은 30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100명을 훌쩍 넘겼다. 수강 신청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고 한다. 20대 청년들은 왜 그의 ‘죽음학’ 강의에 몰려들까. ‘죽음학(thanatology)’은 학문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진 않다. 그가 몸담은 법의학을 비롯해 장례지도학·종교학·철학 등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가 연결된 ‘느슨한 울타리’와 같다. 그가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며 전하고자 한 건 무엇일까.

유성호(52)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성호(52)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 교수는 부검대에 올랐던 수천 명의 죽음을 마주하며 “삶과 죽음이란 찰나의 경계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건 직업인의 소명, 그 이상이라고 했다. 보통 의사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의사, 법의학자로서 유 교수는 자신의 직업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잔혹한 죽음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우울과 무기력에 휩싸이진 않았을까.

유 교수는 자신을 죽음 앞에서 “빛도 없이 등장하는 카메오”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는 한 명의 ‘객(客)’으로서 말없이 누워 있는 고인들의 마지막 길에 어떤 도움을 주고자 했을까.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을 배운다”는 유 교수에게 이제 죽음은 정말 익숙한 일이 됐을까.

목차

1. 수천 구의 시신을 마주하며 법의학자가 깨달은 점
2. 법의학자, 사회‘물’을 조금 더 먹은 의사
3. ‘그것이 알고 싶다’ 많은 부분을 빼고 말한다.
4. 50명의 법의학자, 그리고 1만 명의 시체 부검
5. 인간에게 아름다운 죽음은 가능할까.

이제 ‘죽음’은 익숙한가.

보통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낼 때 보통 죽음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이걸 흔히 ‘2인칭 시점’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3인칭 시점’에서 지금껏 일면식이 없던 분들의 죽음을 접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3인칭에 머물지 않고 2인칭·1인칭화, 즉 나의 죽음까지 생각하게 될 때가 많아서 젊었을 때보다 느끼는 감정은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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