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한 불교방송 「성탄프로」/임재걸 문화부차장(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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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간의 대화와 화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교간의 분쟁이야말로 가장 극단적인 대결을 낳는다는 것은 중동이나 에이레 등의 경우에서 알 수 있다. 또 역사적으로도 참혹한 전화가 종교대립에서 일어났음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사회는 최근 종교인구의 급증을 보이고 있다. 전통종교라 할 유교·불교와 높은 신장세를 보이는 천주교·개신교 등 기독교,그리고 원불교·증산도·대종교 등 민족종교가 혼재해 있다.
다행히도 우리의 종교심성은 포용력이 강해 타종교를 배척하는 극단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종교간의 대화와 이해가 갈등을 이겨내고 있다.
지난 24·25일 이틀간 불교방송(BBS)의 전파를 타고 나간 몇몇 프로는 그같은 우리종교인들의 상호이해를 확인해 주는 것이어서 듣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했다.
불교방송은 24일 오후 5시10분부터 6시까지 방송된 「무명을 밝히고」프로그램에서 프란체스코수도원 김찬식 신부를 초대손님으로 출연시켜 성탄의 의미와 크리스마스를 맞아 성당에서 갖는 행사,그리스도의 사랑 등에 대해 진행자(정병조)와 대담을 가졌다.
또 25일 아침 6시5분부터 6시50분까지 「새날 새아침」에서는 감리교 신학대학장 변선환 목사를 전화로 연결해 크리스마스의 유래,아기예수 탄생의 의미,예수탄생을 맞아 어떻게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가를 들었다. 또 이날 오전 10시5분부터 11시까지 「차 한잔의 선율」시간에는 서울 송파구 마천성당의 마르코수녀를 전화로 연결,진행자인 정목스님이 성탄을 축하하고 미사소식 등을 들었다. 이 프로에서 정목스님은 천주교신자가 보낸 엽서를 낭독했다.
불교방송은 이들 프로를 내보내면서 선곡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실버벨』『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을 내보냈다.
이틀간의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불교방송국에는 기독교신자·불교신자들의 많은 전화가 와 타종교의 축일에 축하를 보낸 것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리체계가 다르더라도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 인간구원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한 종교의 축일은 타종교로서도 공동 선의 추구를 다짐하는 기회가 된다. 타종교의 축일을 축하해주는 우리 종교인의 자세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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