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딸 낳아”“다 엄마 탓” 모녀 가스라이팅 반복된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4.03.29

엄마는 말합니다. “너도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 봐라.” 딸은 이렇게 말하죠. “난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다 엄마 탓이야.” 물론 곧 후회합니다. 엄마도, 딸도. 모녀 관계는 대체 무엇이길래 서로를 향한 애증이 넘쳐흐르는 가스라이팅을 반복하는 걸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가족관계’를 주제로 읽어드리는 두 번째 책은 『엄마와 딸의 심리학』입니다. 독일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는 저자 클라우디아 하르만은 엄마와의 관계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지금 내 삶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엄마와 겪는 갈등이 부부·가족 관계를 비롯한 사회생활에서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시죠.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엄마와 딸의 심리학』은 어떤 책인가?

엄마도 한낱 인간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 책의 핵심 주제 또한 바로 이 말에 담겨 있다. 우리 문화 속에서 모녀 관계는 주로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일방통행일 때가 많다. (중략) 그래서 딸과 엄마가 여성 대 여성으로 같은 눈높이에서 보다 풍요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p.31~32

『엄마와 딸의 심리학』의 부제는 ‘서운한 엄마, 지긋지긋한 딸의 숨겨진 이야기’인데요. 책에는 저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연이 등장합니다. ‘사회에 잘 적응하는’ 인간만이 가치 있다고 믿는 가정에서 자란 저자는 기자가 돼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달리 그의 속마음은 서서히 곪아갔습니다. 남편을 사랑했지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늘 사랑하는 사람들과 문제를 겪었죠.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골몰하던 그는 심리치료에 발을 딛게 됐습니다.

저자는 스물한 살 때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는데요. 그는 심리치료를 받으며 자신이 돌아가신 엄마를 ‘숭배의 단상’ 위에 올려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엄마가 살아계실 때 한 번도 곁을 지켜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포장의 기술을 발휘한 거죠. 그는 치료 과정에서 ‘내면아이(Inner Child)’를 만나 유년기를 되돌아봤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한쪽 구석에 처박아둔 감정을 끄집어내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