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9도에도 5살과 산 탔다, 사서 고생시키는 아빠의 속내

  • 카드 발행 일시2024.03.28

사서 고생하는 거 맞아요. 두 시간이면 되는 길을 네 시간, 여섯 시간씩 가야 하죠. 그런데 신기하게 다녀오면 정말 뿌듯합니다. 저도, 아이도요. 억만금을 줘도 못 사는 경험이죠.

아이와 4년째 산에 오르는 아빠가 있다. 다섯 살에 아빠와 단둘이 첫 산행에 나선 아이는 어느새 의젓한 초등학생이다.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를 쓴 박준형(44) 작가 얘기다. “혼자 가도 힘든 산행을 굳이 아이와 가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고생을 자처할 만큼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그는 한여름을 제외하면 매달 최소 한 번, 많게는 세 번도 산에 오른다. 물론 아들(8)과 함께다. 동네 뒷산을 시작으로 해발고도 1200m가 넘는 산까지 정복했다. 최근엔 경남 창원 장복산의 5봉을 일곱 시간에 걸쳐 등정했다. 박 작가와 아이가 각각 20kg, 4kg짜리 배낭을 짊어진 채 말이다. 부자(父子)는 영하 19도의 혹한에도 산에 오른다. 휴대전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깊은 곳까지 거침이 없다. 둘이 간 산행만 80여 번, 캠핑 장비를 짊어지고 올라 야영까지 하는 백패킹도 40여 번 했다.

산악인의 피가 흐르는 걸까? 대체 뭐 때문에 이 부자는 고된 산행을 계속하는 걸까? 아이와의 산행을 꿈꾼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지난 18일 박 작가를 만났다.

⛰️아빠는 아들과 왜 산으로 갔을까

Part 1 시작은 오늘 한 걸음부터
Part 2 다섯 살 아이를 끝까지 걷게 한 대화의 힘
Part 3 산이 부자(父子)에게 열어준 세상

⛰️ Part 1 시작은 오늘 한 걸음부터

박준형 작가는 산과 인연이 깊다. 10대 땐 산악자전거를 즐겼고, 아내도 10년 전 한라산에서 만났다. 그가 아이와 산행하는 아빠가 된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키즈 카페가 익숙한 평범한 양육자에게 산행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산은 재미없다’는 아이의 마음부터 돌려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작가는 “일단 한 번만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가서는 모든 걸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에게만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다섯 살 아들과 단둘이 산행을 간 이유도, 지금까지 계속하는 비결도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