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도 ‘물 먹는’ 병…韓 첫 치매 정복 노리는 ‘알약’

  • 카드 발행 일시2023.10.18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

금리 인상기의 성장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합니다. 성장주의 대표 격인 바이오도 예외는 아니죠. 특히 소형 바이오테크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큽니다. 물가 상승 등 연구개발(R&D)비 증가는 자금 소진을 앞당기는데 조달은 쉽지 않으니 현금 흐름이 나빠질 수밖에 없죠. 치솟던 기준금리도 이제 곧 정점을 찍을 테고요. 금리가 방향을 튼다면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투자자의 무관심과 높은 금리에도 바이오의 펀더멘털인 첨단 치료물질의 임상 진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기술 수출에 성공하거나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기업도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지나친 기대가 거품을 만든 것처럼 펀더멘털을 외면한 무관심은 반대로 좋은 투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바이오의 시간이 오기 전, 함께 공부하자는 뜻에서 준비한 콘텐트입니다. 바이오 공부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핵심 키워드와 글로벌 트렌드를 짚어보고, 국내 기업의 R&D 현황까지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와 함께해요. 대형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에서 펀드를 운용했던 이 대표는 최근 바이오 전도사로 변신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깅하다 갑자기 멍해졌고, 약속이나 단어도 기억하지 못했어. 내 일부가 사라지는 느낌이야.

의사로부터 알츠하이머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앨리스는 내내 불안했다. 결국 한밤중에 남편을 깨워 이렇게 고백한다. 그는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자신의 변화에 크게 슬퍼한다. 세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 엄마, 다정한 아내, 대학교수. 부족할 것 없는 앨리스의 삶은 그날 이후 완전히 흔들린다. 그래도 앨리스는 현명하다. 기억을 잃어 가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마주한다. 하지만 관객은 안다. 알츠하이머가 전달하는 무언의 공포를.

영화 '스틸 앨리스' 스틸샷.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스틸 앨리스' 스틸샷.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배우 줄리언 무어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스틸 앨리스’의 이야기다. 신경의 퇴화는 피할 수 없다. 나이 들수록 다양한 퇴행성 질환에 노출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가 대표적이다. 뇌의 인지기능 장애로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치매라고 하는데, 알츠하이머가 전체 치매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초기엔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잊는 정도지만 기억은 서서히 또 점점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결국은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는데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해친다. 알츠하이머를 ‘가장 슬픈 질병’이라 부르는 이유다.

퇴행성 뇌질환은 평균수명 증가의 산물이다. 오래 사는 행복이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된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000만 명이었지만 2030년 7800만 명까지 늘어난다. 2050년엔 1억3900만 명까지 증가할 거란 게 WHO의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MARC에 따르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시장은 2020년 63억4000만 달러(약 8조6000억원)에서 2026년까지 연평균 6.5%씩 성장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만 2030년 130억 달러까지 커질 거란 조사(글로벌 데이터)도 있다.

알츠하이머의 명확한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 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beta amyloid plaque)나 신경세포 내부의 결합 단백질인 타우 덩어리(tau tangles)와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20세기 초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처음으로 확인한 이 단백질의 문제를 놓고 아주 오랜 기간 연구가 계속됐지만, 여전히 정답은 찾지 못했다.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알파 분비 효소에 의해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둘로 갈라진다. 반면에 비정상적인 경우 베타∙감마 분비 효소에 의해 절단되지 않으면서 세포 밖에서 서로 뭉쳐 올리고머(oligomer)를 형성한다.

이렇게 뇌에 침착한 올리고머나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생성을 차단∙제거하는 게 치료 방법이다. 애초에 머크와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는 베타 분비 효소의 분비를 억제해 병적인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하지만 모두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거듭된 임상 실패로 아밀로이드 타깃(표적)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에선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알츠하이머 치료 물질로 등록된 건 187개(ClinicalTrials.gov)다. 이 중 33개는 임상 3상이 진행 중인데,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건 역시 아밀로이드 관련 연구다. 최근엔 베타 효소 억제에서 올리고머 제거로 전선이 넓어졌다. 한마디로 잘못된 아밀로이드 생산을 억제하기보다는 치우기로 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