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3만원→23만원 됐다, 바이든 ‘캔서문샷’ 뭐길래

  • 카드 발행 일시2023.09.06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

금리 인상기 성장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합니다. 성장주의 대표 격인 바이오도 예외는 아니죠. 특히 소형 바이오테크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큽니다. 물가 상승 등 연구개발(R&D)비 증가는 자금 소진을 앞당기는데 조달은 쉽지 않으니 현금 흐름이 나빠질 수밖에 없죠. 치솟던 기준금리도 이제 곧 정점을 찍을 텐데요. 금리가 방향을 튼다면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투자자의 무관심과 높은 금리에도 바이오의 펀더멘털인 첨단 치료 물질의 임상 진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기술 수출에 성공하거나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기업도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지나친 기대가 거품을 만든 것처럼 펀더멘털을 외면한 무관심은 반대로 좋은 투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바이오의 시간이 오기 전, 함께 공부하자는 뜻에서 준비한 콘텐트입니다. 바이오 공부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핵심 키워드와 글로벌 트렌드를 짚어보고, 국내 기업의 R&D 현황까지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와 함께하는데요. 대형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에서 펀드를 운용했던 이 대표는 최근 바이오 전도사로 변신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⑤암 진단 

가파른 금리 인상과 함께 시작된 바이오 빙하기에도 스타는 탄생했다. 상장도, 자금 조달도 모두 쉽지 않을 거라 했지만 적어도 이 회사엔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인공지능(AI) 진단 솔루션 업체 루닛이다. 지난달 루닛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 이후 5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다. 유상증자가 쪼들리는 살림살이를 의미하는 보통의 바이오테크와 뭐가 달라도 달랐다는 뜻이다. 5일 루닛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의 강한 매수세 덕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2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12위까지 뛰어올랐다.

전 세계 의료 AI 시장은 2030년 2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픽사베이

전 세계 의료 AI 시장은 2030년 2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픽사베이

루닛은 최악의 상장 환경이라던 지난해 여름 증시에 데뷔했다. 유망한 기술을 보유했다며 주목받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몸값을 받지 못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하단보다도 32%나 낮은 주당 3만원으로 결정됐고, 상장 후에도 전반적인 성장주 외면 기조 속에 오랜 기간 저점 근처에 머물렀다.

흐름은 올해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챗GPT와 엔비디아 등 AI가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면서다. AI 고도화는 의료기술 발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 AI 시장 규모는 2022년 151억 달러(약 20조원)에서 연평균 37% 성장해 2030년 1880억 달러(약 25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약 개발이나 건강 관리 영역으로 점차 확산하겠지만 현 단계에서 AI 활용도가 가장 높은 건 진단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잠재적인 질병 징후를 탐지해 낸다. 특히 AI 기반 영상 진단은 사람의 눈으로 식별하기 힘든 미세한 변화와 패턴을 감지해 진단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루닛의 주력 제품은 X-ray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AI 기반 면역 형질 분석 솔루션 ‘루닛 스코프’다.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의 비정상 소견을 발견해 전문의가 판독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보조 도구다. X-ray 단계에서 놓친 폐암이나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검사도 줄일 수 있다.

루닛 스코프는 AI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단백질 등 체내 변화를 알아내는 여러 지표)를 통해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하고, 치료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솔루션이다.

면역항암제는 약값이 매우 비싸지만, 치료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면역항암제에만 활용하는 단계지만, 바이오마커 고도화에 따라 암 치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에도 적용할 수 있다.

루닛 인사이트는 의료 영상장비 선두권 기업인 GE∙필립스∙후지필름 등에 판매됐다. 전 세계 2500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루닛 인사이트를 도입했다. 루닛 스코프 역시 다양한 임상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 성장 가치가 크다. 기존 사업이 기대만큼 커 준다면 신약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할 전망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