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 위고비 열풍…한미약품 주가는 왜 뛰어?

  • 카드 발행 일시2023.09.13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

금리 인상기 성장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합니다. 성장주의 대표 격인 바이오도 예외는 아니죠. 특히 소형 바이오테크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큽니다. 물가 상승 등 연구개발비 증가는 자금 소진을 앞당기는데 조달은 쉽지 않으니 현금 흐름이 나빠질 수밖에 없죠. 치솟던 기준금리도 이제 곧 정점을 찍을 텐데요. 금리가 방향을 튼다면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투자자의 무관심과 높은 금리에도 바이오의 펀더멘털인 첨단 치료 물질의 임상 진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기술 수출에 성공하거나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기업도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지나친 기대가 거품을 만든 것처럼 펀더멘털을 외면한 무관심은 반대로 좋은 투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바이오의 시간이 오기 전, 함께 공부하자는 뜻에서 준비한 콘텐트입니다. 바이오 공부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핵심 키워드와 글로벌 트렌드를 짚어보고,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현황까지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와 함께하는데요. 대형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에서 펀드를 운용했던 이 대표는 최근 바이오 전도사로 변신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⑥비만 치료제 

What’s your secret? You look so awesome, fit, ripped & healthy. Lifting weights? Eating healthy?”(당신 정말 멋져요.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이네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운동? 건강한 식습관?)

Fasting. And Wegovy.”(단식. 그리고 위고비.)

비만도 질병이다. 픽사베이

비만도 질병이다. 픽사베이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몸매 관리 비결을 묻는 한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대체 ‘위고비’가 뭔지 궁금해했다. 검색한 뒤에야 대충 ‘살 빼는 약’이구나 했는데 미처 몰랐다. 1년도 안 돼 전 세계적으로 위고비 열풍이 불 줄은.

불과 10년 뒤인 2033년이면 전 세계 10억 명, 그중 아동 및 청소년 2억5000만 명이 이 질병으로 고통받게 된다. 바로 비만이다. 1975년 이후 미국의 비만 인구는 대략 3배가량 증가했다. 현재 미국 성인의 40% 이상이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2030년엔 이 수치가 50%까지 증가한다. 인구의 절반이 비만이란 얘기다. 미국 내에선 흑인 아동 비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의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부각될 정도다. 비만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비만연맹에 따르면 향후 비만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다.

비만이란 체내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축적된 걸 말한다. 살찐 게 무슨 병이냐 할 수도 있지만, 비만은 명백한 질병이다. 보통 비만은 키와 몸무게로 계산한 체질량지수(BMI)로 구분한다. 체중(킬로그램)을 키(미터)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BMI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 40을 넘어서면 초고도비만으로 본다. 물론 단순히 이 수치로만 계산하면 근육량이 많아 체중도 많이 나가는 사람을 비만으로, 체지방이 많지만 마른 사람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큰 기준은 일단 BMI다.

시계를 돌려보자. 사실 ‘사람이 너무 마르면 없어 보인다’ ‘나이를 먹으면 아랫배가 좀 나와야 듬직하고 호감이 간다’ 같은 말이 통용됐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지금은 웃을 일이지만 결혼한 남자는 살이 쪄야 ‘장가 잘 갔구나’ 하는 소리를 듣던 때도 있었다. 먹고사는 게 중요했던 시절의 일이다. 퇴근 후 술로 스트레스를 풀며 동료애를 다지는 독특한 회식 문화도 비만의 주범 중 하나였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하지만 이제 비만은 부와 호감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인식이 생겼다. 유전적 요인이나 호르몬 이상 등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비만인 사람은 생활 환경에 문제가 있거나 자기 관리를 못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지양해야 할 문제지만 면접 등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비만은 정신적 열등감을 갖게 하고, 사회 활동을 꺼리게 하는 부정적 작용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니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밝혀지고,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만은 환경적, 생물학적 요인의 조합에 의해 발생하는 복합적 질병이다. 사회적 지위나 운동시설과의 접근성 등은 환경적 요인이다. 여기에 잠 부족이나 스트레스, 유전 등 생물학적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비만 인구가 늘며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제약업계는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대표적인 경구용 항(抗)비만 약물인 펜플루라민(Fenfluramine)은 펜-펜(fen-phen)이라 불리며 한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를 받고 1997년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또 다른 후보 시부트라민(Sibutramine)도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 치료제로 판매됐지만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부작용 우려에 2010년 이후 사용이 금지됐다.

최근 JP모건은 2032년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약 710억 달러(약 95조원) 규모로 성장할 거라 전망했다. 바이오 분야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의 경우 보험 적용이 빨라질 경우 2027년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4조원)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어떤 시나리오가 맞든 10년 뒤엔 현재 수준(2022년 100억 달러)과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