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
금리 인상기 성장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합니다. 성장주의 대표 격인 바이오도 예외는 아니죠. 특히 소형 바이오테크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큽니다. 물가 상승 등 연구개발비 증가는 자금 소진을 앞당기는데 조달은 쉽지 않으니 현금 흐름이 나빠질 수밖에 없죠. 치솟던 기준금리도 이제 곧 정점을 찍을 텐데요. 금리가 방향을 튼다면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의 무관심과 높은 금리에도 바이오의 펀더멘털인 첨단 치료 물질의 임상 진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기술 수출에 성공하거나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기업도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지나친 기대가 거품을 만든 것처럼 펀더멘털을 외면한 무관심은 반대로 좋은 투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바이오의 시간이 오기 전, 함께 공부하자는 뜻에서 준비한 콘텐트입니다.
바이오 공부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핵심 키워드와 글로벌 트렌드를 짚어보고,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현황까지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은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와 함께하는데요. 대형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에서 펀드를 운용했던 이 대표는 최근 바이오 전도사로 변신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①핵산치료제
」결혼을 꺼리는 세상이라지만 나를 닮은 아이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봤을 듯하다. 아이들은 어떻게 엄마와 아빠를 절묘하게 닮을까. 우리는 저마다 지닌 고유한 특성인 유전 물질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사명이 있다. 이 유전 물질이 바로 유전자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세포의 핵 속에는 2만3000개의 유전자가 DNA(Deoxyribo nucleic acid)라는 저장 형태에 담겨 있다. 군데군데 색깔이 칠해져 있는 긴 끈을 상상해 보라. 긴 끈이 DNA, 끈에 색칠해진 특정 구간들이 유전자다.
태아로 성장하기 위한 첫 세포 속에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2만3000개의 유전자가 담겨 있다. 유전자를 똑같이 복제한 뒤 세포 분열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세포는 같은 DNA와 유전자를 공유하게 된다. 이렇게 분열을 거듭해 8주가 지나면 비로소 태아가 되고, 모든 세포에는 각각 똑같은 2만3000개의 유전자가 들어 있게 된다.
핵산치료제를 이해하려면 대전제 성격인 중심이론(Central dogma)을 알아야 한다. 생명체의 고유한 유전 정보는 DNA, 즉 유전자에 담겨 있고 DNA의 정보를 복사한 RNA(Ribo nucleic acid)라는 중간 단계를 거친다. 이후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만들거나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형태로 최종 전달된다. 이 과정을 중심이론이라고 한다.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는 원본이 DNA고, 복사한 사본이 RNA인 셈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DNA에 담겨 있는 2만3000개의 유전자가 mRNA(messenger RNA)로 다듬어져(전사), 최종적으로 10만 종류 이상의 단백질이 생산(번역)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해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
단백질을 우리 사회에 빗대어 표현하면 다양한 직업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같다. 교사나 요리사 등이 특정한 기술을 갖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듯, 10만 종류 이상의 단백질도 저마다 다른 모양의 3차원 구조로 합성돼 주어진 역할을 해낸다. 한마디로 단백질은 ‘인체의 일꾼’이다.
만일 단백질 생산의 원본인 DNA에 돌연변이가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돌연변이 DNA 정보가 전달돼 mRNA(전 단계인 pre-mRNA 포함)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유전 정보의 최종 목적물인 단백질도 불량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질병이 생겼을 때 DNA나 DNA의 복사본인 mRNA를 제거∙편집∙절단∙삽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기술을 핵산치료제라고 한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항체치료제는 이미 만들어진 질병 단백질을 제거하거나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와 달리 핵산치료제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서 차단하는 게 목표다.
핵산치료제는 크게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편집치료제, pre-mRNA 치료제, mRNA 백신, RNAi(RNA interference)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