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배달하면 1000만원” 돈 앞에 ‘가오’도 버린 조폭

  • 카드 발행 일시2023.09.05

기자는 지난 4월 29일 부산시 부산진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부산 조폭 출신 김창민(가명‧42)씨와 접촉했다. ‘조폭의 세계’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영남권의 전직 조폭 이모(42)씨를 통해서였다. 마약에 빠진 조폭의 생생한 사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제보였다. 김씨와 몇 차례 전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끝에 부산에서 만남에 성공했다. 몇 시간에 걸쳐 들은 그의 경험담은 솔직했다.

2010년 여름 어느 날. 부산시 연제구 황령산 자락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멈췄다. 차에는 부산의 조폭 김창민씨와 김씨의 감방 동기이자 ‘반달’(반쪽짜리 건달) 형님인 A가 앉아 있었다. A는 대뜸 주머니에서 흰 가루를 꺼냈다.

“창민아. 니 약 해본 적 있제.” (반달 A)
“약이요? 무슨 약 말씀이십니꺼.” (김창민)
“조폭이라고 하는 놈이 히로뽕(필로폰)도 모르나.” (반달 A)

20대부터 조직에 몸을 담은 김씨는 마약엔 거리를 뒀다. 간혹 필로폰을 투약하는 형‧동생이 있었지만, 마약에 중독돼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엄두를 내지 않았다. 김씨가 멈칫하자 A는 김씨를 꼬드겼다.

“니 진짜 해본 적 없나 보네. 간이 콩알이가.” (반달 A)

김씨는 자존심이 상했다. 반달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이깟 게 뭐라고 그리 유난입니꺼. 저도 해본 적 있습니더.” (김창민)
“그럼 지금 할래?” (반달 A)

A는 김씨의 왼쪽 팔을 잡아채더니 필로폰 용액을 넣은 주사기를 찔러넣었다. 혈관으로 마약이 들어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머리에서는 폭죽이 펑 터지고, 심장은 100m 달리기를 끝낸 직후처럼 마구 뛰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