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성 같은 32평인데 … 태안2지구는 2년간 1억↑ 그 옆 아파트는 2000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경기도 고양시 풍동지구에서 지난달부터 입주하고 있는 주공 뜨란채 32평형 매도 호가는 3억9000만원에 이른다. 2003년 하반기 분양 때의 이 아파트 분양가는 기준층 기준 2억515만원. 투자 성적표를 매긴다면 3년 만에 9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일산신도시 후곡마을 D아파트 32평형을 2003년 하반기 매입했을 경우를 비교해 본다. 2003년 하반기 이 아파트의 매도 호가는 2억8000만원 선. 지금은 4억2000만~4억5000만원이다. 절대 차익뿐 아니라 특히 수익률에서 풍동 뜨란채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픽 크게보기

아파트를 분양받은 최초 당첨자가 그만큼 수익을 많이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단지가 택지지구나 신도시라면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의 집값 상승에서 알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서 싼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본지가 최근 2년 내 입주한 수도권 6개 택지지구의 아파트값 변동폭을 조사해 보니 대부분 분양가의 두 배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때 입주한 주변 개별 민간단지의 아파트값 상승 폭을 훨씬 웃돌아 대단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부사장은 "택지지구의 경우 투자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최초 당첨자가 이익을 챙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주변 택지지구가 짭짤

용인 죽전지구의 경우 건영캐스빌 42평형 매매가는 8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아파트가 분양될 2001년 9월 당시 분양가는 기준층이 2억7500만원. 입주(2004년 11월) 때까지 2년 남짓 동안 1억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나 입주 후 2년간 붙은 웃돈이 3억8000만원이나 된다. 죽전 L공인 관계자는 "신도시 인근의 택지지구는 신도시에서 밀려나오는 수요까지 가세하는 특징이 있는데 죽전과 동백지구가 분당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동탄신도시 인근에 조성된 화성 태안2지구도 마찬가지다. 우남아파트 37평형은 2002년 6월 1억7400만원 선에 분양됐다. 입주(2004년 10월) 당시만 해도 분양권 웃돈이 5000만원 정도 붙는 데 그쳤으나 입주 후 동탄신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해 지금은 호가가 3억6000만원을 웃돈다.

반면 인근 병점에서 자체 개발한 S아파트 32평형 매매가는 1억7500만원 정도로 최근 2년 동안 2000만원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태안2지구 D아파트 같은 평형이 2억9000만원으로 2년간 1억원이나 오른 것과 비교된다. "가구 수가 적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개별단지의 한계"라고 일대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파주신도시 바람을 탄 파주 교하지구도 청약 당첨자들의 투자 재미가 짭짤하다. 동문10단지 32평형 분양가는 2억2700만원이나 지금은 3억4000만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다. 반면 인근 금촌동에서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민간개발의 D아파트 32평형은 2억4000만원(분양가 1억9000만원)이다. 투자수익금이 두 배 정도 차이가 생겼다.

#기반시설 품질이 다르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오른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택지지구이기 때문에 편리한 생활환경과 교육여건, 대단지의 장점이 가격에 고루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 민간아파트 개발사업의 경우 일정 가구 이상이면 학교나 단지 내 상가.노인정 같은 기본적인 부대시설만 갖추는 한계가 있지만 택지지구는 교육여건과 대형 상업시설 등이 갖춰지고 다른 지역과 연계하는 도로망이나 전철까지 갖춰지기 때문에 입주 후 투자가치가 급속히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실제 경기도 남양주 호평지구 아이파크 33평형은 입주 후에야 빛을 본 경우다. 분양 직후 분양권 값이 한때 2억1000만원이었으나 2004년 10월 입주 때는 1억9500만원으로 떨어졌다. 도로 등 기반시설이 서서히 갖춰지면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지금은 3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더브릭스 김상태 사장은 "택지지구는 신도시 못지않은 기반시설을 갖춤으로써 민간 개발 아파트단지보다 선호도가 높게 마련"이라며 "특히 입주 뒤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르E&C 임종근 사장은 "일반아파트 단지보다 편의시설의 품질이 높고 규모를 중시하는 아파트 수요자들의 특성이 반영된다"며 "서울 접근성이 좋은 택지지구는 민간아파트 단지의 상승률을 훨씬 웃돌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택지지구란=소규모 난개발을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개 수십만평 규모로 개발되는 주거지. 도로 등 기반시설과 편의시설 등이 계획적으로 들어선다. 토공.주공 등 공공이 개발계획을 세우고 택지를 공급받은 민간이 주택을 분양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