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민요「산유화가」발굴|부여 국악원장 박홍남 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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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밭갈이나 모내기할 때 불렀던 노래가 바로 산유화가 지요. 그러나 줄모를 심으면서 모내기작업도 빨라져 정취어린 구전가요들이 사라졌어요.』
백제의 고도 부여를 중심으로 유포·전승돼 오는 구전민요 산유화가를 발굴, 전수한 충남무형문화재 4호 박홍남씨(70·부여국악원장).「산유화혜(산유화혜) 산유화여/저 꽃피어 농사일 시작하여/저 꽃 지도록 농사일 필역(필역) 하세/얼얼널널 상사 뒤 어여뒤여 상사뒤…」로 시작되는 농요 산유화가. 이 노래는 증보동국문헌비고에 기록을 전할뿐 이미 사라진 백제민요로 알려져 있었다. 백제 망국의 한이 서린 이 노래를 지난70년 그가 기적적으로 발굴해내 전수했던 지『부여 세도지역의 한 잔칫집에 들렀다가 당시 80노인인 홍준기 선생(88년 작고)이 부르는 희귀가락을 듣게 됐어요. 장구로 장단을 매겨가며 흐드러지게 넘어가는 가락과 애조어린 노래가사에 반해 1년 이상 그를 사사한 끝에 전수에 성공했어요.』
마을 노인들이 목침돌림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던 노래 가운데 정읍사와 쌍벽을 이루는 백제민요를 찾아냈다.
늦은 모내기소리에서 시작돼 잦은 모내기소리로 넘어가는 산유화가는 김매기·타작·방아질을 거쳐 갈무리까지 이어지면서 모두 8강으로 구성, 전체 시간만도 45분이나 걸린다.
현재 각종 민요와 토속농요를 발굴, 전수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전북부안 태생으로 일찍부터 창극과 판소리에 심취, 62년 부여에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2천여명의 수제자들을 길러냈다. 글·사진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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