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선 핵경쟁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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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설에 기대
북한이 내년 상반기중에 핵안전협정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핵무기개발 의혹을 받아오며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게 되는 이 협정을 거부해오던 북한이 그러한 정책을 확정했다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우선 한반도에서 핵위협에 대한 불안의 큰 요인이 제거된다는 점과 북한이 변화된 내외의 현실을 인식,국제사회에 적응해가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일이다.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비단 우리뿐이 아니라 미ㆍ일 등 서방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제기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그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핵안전협정 가입을 거부해왔다.
북한당국은 미군의 핵무기가 남한에 배치되어 있음으로 미국이 핵공격을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한 이 협정에 가입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대남 대화와 미국 등을 상대로 한 외교적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왔었다.
반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써 북한의 핵사찰 수락을 내세워왔었다. 여러 면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국제사회에서 불신을 받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미치게 될 부정적 효과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첫번째 우려는 만약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남한 쪽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독자적 핵개발 유혹이 고개를 들어 시대착오적인 핵무기 경쟁이 한반도에서 뒤늦게 일어날 가능성이다.
그럴 경우 남북한 양측이 직접적으로 핵으로 대결할지도 모르는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 상정된다는 우려다.
또하나는 그동안 분쟁지역에 미사일 등 무기를 수출해온 북한이 핵기술을 이전해 국제적인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가정도 있어왔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가들은 북한과의 관계개선 조건으로 핵사찰 수락을 내세워 압력을 넣어왔다. 우리들도 그동안 북한이 처한 여러 여건으로 보아 이러한 국제적인 요구에 응할 것을 기대해왔고 촉구해왔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일원이 되고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된다는 데서도 핵안전협정 가입은 중요한 변화라고 우리는 본다. 이는 그만큼 남북한 관계개선을 통한 통일분위기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장애중의 하나가 되어온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비단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여러 각도에서 제기되어왔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고 있는지 여부도 그러한 논란 중의 하나였다. 미국은 관례상 그 사실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방침으로 있어 우리로서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제기된 이상 우리 정부로서도 앞으로 이러한 논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때라고 우리는 믿는다.
미국이 확인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도 한반도에서 핵무기 위협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북한이 가질 수 있도록 능동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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