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소 반정부 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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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련의 반체제 그룹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개혁계획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으나 점차 자제력을 보이는 등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은 소련정치발전에 신선하고 긍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소련관영 노보스티 통신의 비아체슬라프 코스티코프 기자가 분석했다. 다음은 노보스티 통신이 중앙일보에 보낸 코스티코프 기자의 소반정부그룹에 대한 분석기사다. <편집자 주>
현재 소련에서 형성되고 있는 반정부 그룹은 변화하는 정치제도하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정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한 어려움은 최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러시아 공화국의 옐친 최고회의 의장 사이에 시장경제 전환의 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옐친은 방법과 시기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전환정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고르바초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고르바초프의 경제개혁이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옐친의 비난은 전통적으로 현직 대통령과 정부만을 비난하는 반정부 그룹의 관례로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그의 비난이 솔직하고 비타협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미비하고 내부 갈등으로 분열된 젊은 반정부 그룹은 또 강력한 중앙정부에 의해 흡수돼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소련중앙정부는 반정부 그룹과 힘을 앞세운 유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연방대통령위원회는 반대당 간부들을 크렘린궁으로 불러 각 공화국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신통일 협약에 관한 협의를 가졌다. 이 협의에는 11개 정당과 운동단체가 참여했다.
고르바초프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예비회담 및 반정부 인사들의 견해 청취는 의회에서 통일 협약을 승인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반정부 인사들은 이러한 계산을 의심하며 마치 자신들이 협의를 통해 정치적 컨센서스를 도출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이용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위원회가 그들 자신의 독자적인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같은 의심은 아직 미비한 단계의 반정부 그룹이 가질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며 명확한 역사적 이유에 의해서도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오랜 기간에 걸쳤던 공산당의 권력 독점과 70여 년 동안 국내의 반대자를 탄압했던 역사에서 유래됐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현재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다.
모든 반정부 그룹의 비판은 공산당을 지도하고 있는 고르바초프에게 쏟아지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반정부 그룹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당 서기장의 역할을 사임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같은 선택은 또 전술적 실수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공산당이 상당부분의 권력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지만 아직 그것은 중앙의 결정을 수행하는 강력한 기구로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반정부 그룹은 종종 고르바초프에 대해 비타협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그룹은 조금씩 성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정부그룹들은 고르바초프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또한 자제력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반정부 그룹이 올 봄의 경우처럼 샤탈린의 경제개혁안을 시위나 스트라이크를 하기 위한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정부 그룹 지도자들은 이같은 우려와 달리 그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또 옐친은 러시아 공화국 의회에서 고르바초프를 비난한 후 심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휴가를 떠났다.
이것은 반정부 그룹이 그들의 권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반정부 그룹이 최근 보여준 절제된 접근방식은 소련에서의 정치상황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신선하고도 긍정적인 요소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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