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살만한 친인척 많았다/피살된 임길수씨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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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TV 세무상담프로 고정 출연/의원선거 3번 출마 낙선 경력
4일 한강 물위에서 가방속에 넣어져 변시체로 발견된 공인회계사 임길수씨 피살사건은 그가 TV에 고정출연하고 세번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명예와 부를 겸비한 사회지도층 인사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화려한 사회생활과 달리 임씨는 복잡한 여자관계와 금전문제로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밝혀져 피살 동기와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임씨가 계획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사체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한강물에 돌을 매달지않고 그대로 유기된 점 등 의문점이 많아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임씨 주변=충남 공주출신인 임씨는 국제대 세무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뒤 23년동안 서울 강남일대에서 공인회계사로 활동해왔다. 임씨는 세무사 자격도 갖고있으나 세무사회에는 등록치않고 주로 공인회계사로 활동해 왔다는 것.
임씨는 14년전 결혼한 부인 강모씨 이외에도 다른 여자와 동거하며 4남매를 낳았는가 하면 적어도 10명이상의 여자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부인 강씨는 서울대 출신으로 K여고 교사로 재직하던중 임씨를 만나 결혼했으나 최근 관계가 악화돼 임씨의 어머니와 동생 등은 모두 옥수동에서 동거중인 여자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공인회계사로 10여개의 대기업과 거래를 해 상당한 돈을 모았으나 잇따른 국회의원 출마와 여자관계 등으로 탕진하는 바람에 재산은 1억5천만원정도에 불과해 살고있던 서초동 삼풍아파트도 8천5백만원에 전세들어 있을 정도.
그러나 임씨는 자신의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친동생이 수익금을 빼돌리다 들키자 즉시 해고한 뒤 퇴직금도 주지않는 등 주변 친ㆍ인척들에게는 냉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씨는 로열살롱승용차를 타고다니는 등 외형상으로는 화려한 생활을 해왔으나 돈에 쪼들리게되자 세무관계일을 맡을 때도 일반적인 관행인 후불이 아닌 선금을 요구했다.
◇수사 및 의문점=경찰은 발견당시 임씨의 옷차림이 정장인데 비해 신발이 벗겨진 점으로 미루어 실내에서 흉기로 뒷머리를 맞아 살해당한 뒤 승용차에 의해 옮겨졌을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이와함께 임씨의 체격이 왜소하지만 유기되는 과정까지 적어도 1명이상의 남자가 낀 복수범인에 의한 범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까지의 경찰 조사결과 임씨의 주변인물들을 모두 일정한 정도이상의 원한관계를 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인 강씨와 내연의 관계인 김씨는 최근 이혼문제로 서로 만나 심하게 다투었으며 임씨와 관계를 맺었던 다른 여자들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임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승용차 운전사 강모씨(35)와 최근 자취를 감춘 여비서 조모양(24)도 임씨의 가족들의 진술에 따라 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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