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랩' 하고 싶어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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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은 펀드만이 아니다. 여러 고객으로부터 돈을 모아 한꺼번에 굴리는 펀드와 달리 고객 개개인의 '입맛'에 맞게끔 알아서 투자해주는 '맞춤형' 간접투자 상품도 있다. 특별한 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주식에 들어간 돈을 빼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있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랩어카운트'(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 이야기다.

증시가 1300선에서 발이 묶이자 주식 직접 투자와 펀드투자의 효과가 결합된 랩어카운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랩, ELW에 투자하는 랩 등이 등장하고 해외투자형.적립식형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맞춤형 자산관리 매력=2003년 10월 첫선을 보인 랩어카운트는 적립식 펀드 등에 밀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지수가 급등해 웬만한 주식형 펀드들이 50% 이상의 고수익을 내자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려는 투자심리가 확산되면서 다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랩어카운트 수탁액이 가장 많은 대우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내내 6000억원 정도던 수탁액이 올해 초에는 1조원, 10월 현재 1조66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3월 5조2000억원 정도였던 랩어카운트 총 수탁액이 이달 현재 7조원 정도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요즘처럼 주식이 제자리 걸음을 걸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낸다. 자산의 덩치가 큰 펀드와 달리 고객 계좌별로 자산을 관리, 시황에 맞게 투자 종목을 선택하고 채권.파생상품 등으로 갈아타는 등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1300선에서 장시간 머물러 있는 요즘 관심을 받는 이유다. 삼성증권 AM지원파트 우성민 차장은 "전문가들이 고객의 성향에 맞게 종목 선택, 매매시점을 관리하는 등 알아서 돈을 굴려준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어디에 돈을 굴려야할 지 헷갈리는 요즘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 폭 넓어지고 문턱은 낮아지고=최근에는 다른 투자상품의 장점을 가미한 신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등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대우증권은 '마스터랩 SRI 좋은세상 만들기'를 출시했다. SRI 펀드처럼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동양종금.대신등권 등은 중국.인도.일본 등의 증시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선보였다.

문턱도 크게 낮아졌다. 예전에는 최소 수천만원대의 뭉칫돈 고객만 상대하던 증권사들은 월 10만원만 내면 가입이 가능한 적립식 랩상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랩어카운트는 펀드와 달리 개인의 적은 자산을 따로 관리하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종목의 수가 제한돼 있다. 당연히 원금 보장도 되지 않는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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