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에 뛰어오른 세계수준 소수민족 종목특화 주효-중국스포츠 화제 2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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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6서울아시안게임 때만 해도 한국·일본 등의 추격을 받던 「스포츠 잠재대국」 중국이 이번 북경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세계최강의 스포츠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제3의 땅덩어리, 인구 13억의 거인국 중국은 아시아스포츠에서는 적수가 없게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스포츠의 거대한 용트림을 보는 시각엔 지금 경탄과 함께 한가닥 의혹도 스며들고 있다.
○…불과 4∼5년만에 중국스포츠가 세계적 수준에 육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스포츠인들의 관심은 이제 향후 세계스포츠를 좌우할 중국스포츠 연구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중국의 유력지 인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몽족웅응」이란 말을 대서특필한 적이 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백㎏급에서 중국에 금메달을 안긴 바오위(보옥)를 칭찬한 문구였다.
바오가 몽골족 출신이었고 어릴 때부터 몽골씨름을 익혀 후일 레슬링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몽족의 우람한 기상을 뽐냈다는 극찬의 기사였다.
바오의 경우와 같이 이번 북경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중국대표선수들은 중국 내 거주하는 56개 소수민족들의 연합 하에 선발한 선수들이다.
중국은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대비, 몇년전부터 종족별 특성이나 지역적인 우수성을 살려 종목별로 적임자를 선별, 훈련시켜왔다.
바오와 같은 몽골족은 어려서부터 유목생활을 영위, 말과 친숙해 폴로와 비슷한 경기를 즐긴다.
따라서 이들을 승마선수나 하키선수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작성되고 대표선수로 발탁하고있는 것이 현 중국의 체육정책이다.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한 중국최초의 하키팀이 이들 몽골족을 주축으로 구성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밖에 사격이나 양궁도 수렵민족의 주종목이나 마찬가지.
이 때문에 내몽골 외에 신강 위구르 자치구, 청해성·티베트 등에서 발군의 재능을 가진 소수민족이 양궁·사격선수로 발탁돼 육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의 북방사람들은 밀을 주식으로 하고 남방사람들은 쌀을 주로 먹는다.
이런 식생활 탓인지 북방사람들은 신체가 크고 힘이 좋아 「산동대한」(산동사람은 거인)이란 말을 들을 정도다.
과거 한국남자농구팀을 공포로 몰아넣은 장대 농구선수 공효빈(2m2㎝)이 바로 산동 출신이다.
이에 반해 남방사람들은 신체가 작은 편이나 다부져 역도 경량급에 최적격이다.
이에 따라 광동성 동완시 석용진(촌)은 「역도의 마을」로 지정됐을 정도다.
우슈(무술)의 남권은 본래 중국남부가 발상지. 「용·호·표·사·학」의 5권으로 이루어진 남권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허리자세를 낮추는 것이 특히 강조되는 운동이어서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선수에 어울린다.
이처럼 지역별로 신체적 특성에 맞춰 스포츠종목을 집중육성하고 있는 중국에서 지역 차가 없이 일반적으로 보급되고있는 스포츠는 축구와 탁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축구와 탁구에 대한 집중연구가 끝나 이 종목들도 소위 「명산스포츠」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광동성 매현, 길림성 연변자치구, 요령성 대련시 등지에서 어린이들을 모집, 「축구마을」을 만들기 위해 조기교육을 실시중이라는 소식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시아 최강인 한국축구와 같은 핏줄을 지닌 조선족들이 밀집된 지역이어서 이들의 성과여부가 한국에 촉각을 세우게 하고 있다.
그밖에 「탁구마을」로는 호북성·상해 등이 꼽히고있으나 성과는 후일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게 이곳 체육인들의 귀띔이다.
○…북경아시안게임 여자수영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몽땅 휩쓴 중국팀이 약물복용의 의혹을사고 있다.
갑작스럽게 수영 강국으로 등장한 중국팀의 출현에 대해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종전 동독이 스테로이드 등을 투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여자선수들의 근육 등을 강화, 세계여자수영계를 장악한 그때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고있다.
동독출신으로 현재 홍콩수영팀을 지도하고 있는 데이비스 할러 코치는 『지난해 10월 홍콩 에이지그룹 수영선수권대회만 해도 홍콩은 중국을 바싹 뒤쫓았으나 지금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앞서있어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최근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밝혔다.
이같은 홍콩코치의 의문을 증명하듯 중국선수들은 체중이 15㎏정도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목소리마저 굵어져 마치 남성화되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76, 80년 올림픽 때 평영부문에서 2명의 금메달선수를 키워낸 할러 코치는 중국팀의 왕샤오훙이 1백m접영에서 58초87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것을 비롯, 여자계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주후아용의 기록(55초30)도 지난 86년 동독의 크리스틴 오토가 세운 세계기록을 0·57차로 뒤쫓고있어 이같은 급부상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강한 의혹을 제시했다.
중국여자수영은 이들 외에도 2백m개인혼영 및 50m자유형에서도 세계기록에 육박하고 있다.
할러 코치는 수영 및 모든 스포츠에서 약물복용은 배제되어야 하며 강도 높은 훈련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등식을 지도자 및 선수들이 인식해야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여자수영의 비약적인 기록들은 약물복용의 의혹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적발된 선수가 없어 증거없는 소문 및 심증으로만 남게될 공산이 크다고 주위에선 입을 모았다. <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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