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정 신기술 놓고 개발업체-전기업계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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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정부와 한국전력이 인정한 신기술의 채택을 둘러싸고 신기술 개발업체와 전기공사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충북 진천의 대원전기㈜는 2001년 6년여의 연구 끝에 '신 무정전(無停電) 배선공법'을 개발했으나 전기공사 업계가 이 기술에 대한 재검증을 요구하며 기술의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의 내년도 배전공사 발주가 자칫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원전기는 한전과의 약정에 따라 1백억원을 들여 자체 교육시설을 갖추고 업계를 대상으로 기술 보급에 나섰지만 전기공사 업체의 교육 참석률이 20%를 밑도는 등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전기공사 업계 일각에서는 신기술 검증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고, 이 기술을 채택하면 공사비가 더 들어가는데도 발주 가격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개발한 대원전기는 "기존의 공법과 달리 임시 선로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도 무정전 상태에서 배전공사를 할 수 있어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와 한전 측은 대원전기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 기술을 '전력 신기술 10호'로 지정했고, 한전도 거액의 기술료를 주고 이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 공법을 채택하면 25%가량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한전의 모든 배선공사에 이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한전은 연간 7천억원 규모의 무정전 배전공사에서 최소한 1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배전처 권태준 과장은 "이 기술에 대한 충분한 검증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기공사협회 충북지회는 지난 7월 전국의 19개 지회에 보낸 공문에서 신공법은 ▶추가장비 구입 부담이 증가하고▶안전성이 취약하며▶시공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충북지회 관계자는 "신기술이 적용되면 공사비가 25%가량 깎인다"며 "기술 검증도 미흡해 신기술의 실효성을 인정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객관적인 재검증 절차가 이뤄져야 하고 이 기술에 대한 긍정 평가가 나오면 그때 승복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대원전기 측은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사고가 없었는데도 사고설을 퍼뜨리는 등 음해하고 있다"며 지난 8월 충북지회의 L회장 등 관계자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해 신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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