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아가씨 중매서 주겠다” 농담/북한손님 서울서 이틀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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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여명 밤늦도록 술마시기도/신축 대형호텔 홍보물 보여주며 자랑/해방전 가요 멋들어지게 불러
○…6일 오전7시40분부터 호텔 1층 한식당 「사랑방」에서 개별적으로 아침식사를 시작한 북한측 대표단일행은 오전8시쯤에야 식사를 모두 종료.
이날 메뉴는 민물장어구이ㆍ꼬치불고기ㆍ생채나물ㆍ가지김치 등이었고,후식으론 오과차와 과일.
식사중 한 종업원이 북한측 수행원에게 『북한에도 호텔이 있지요』라고 묻자 그는 화를 벌컥 내며 옆 수행원이 들고있던 평양에 신축중인 1백5층짜리 유경호텔 팸플릿을 내보이며 『이걸 보라』고 건네주기도.
그는 또 역시 평양에 신축중인 대형산부인과병원 팸플릿을 보여주며 『북한에서는 임산부들이 애낳은 공장(병원)에 오면 현관에서부터 바퀴의자(휠체어)로 옮겨지기 때문에 한걸음도 걷지 않는다』고 자랑.
한 북한기자는 남자종업원에게 『결혼했느냐』고 물은뒤 『총각』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북에 오면 내가 북한 아가씨를 중매해주고 신혼여행을 금강산으로 가도록 해주겠다고』고 농담.
○…북한대표단의 휴게실로 이용되고 있는 호텔 34층 「실크로드 클럽」은 긴장이 풀린 탓인지 술을 마시러 들르는 북쪽 사람들의 발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클럽직원은 『4일밤에는 10여명의 북측 손님들이 이른 저녁에 들러 간단하게 술을 마셨으나 5일밤에는 20여명이 몰려와 자정무렵까지 술을 마시며 여흥을 즐겼다』며 『북측손님들의 주량은 한사람이 보통 맥주 4∼5병에 양주 한병(대)씩을 비울만큼 주량이 놀랄 정도』라고 소개.
특히 5일밤에는 북측 일행중 3∼4명이 몸을 가누지못할 정도로 취하기도 했고 이로인해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이들은 속이 풀리지 않아 아침식사를 걸렀다는 것.
북측일행은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아리랑이나 해방전가요을 멋드러지게 부르기도하고 음악이 나오면 클럽 여자직원에게 『함께 춤을 출수 있겠느냐』고 익살을 부리기도 한다는 것.
또다른 클럽 관계자는 『이들의 남한 술에 대해 잘 알고있는 편이었고,양주ㆍ맥주ㆍ민속주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섞어마시기를 즐겼다』고 귀뜀.
○…5일 오후7시 호텔 신라 다이내스티홀에서 고건서울시장의 초청으로 열린 만찬에서 북한측이 즐겨먹은 음식은 갈비 등 육류.
이날 반찬은 한정식으로 차려졌는데 북한측은 야채샐러드 등 많은 반찬을 남겼으나 갈비ㆍ불고기 등 육류음식은 접시를 깨끗이 비웠고 송이산적을 먹으면서도 송이버섯은 빼놓고 고기산적만 먹었다.
또 북한측 수행원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북극성」 「영광」 등 북한담배를 우리측 손님들에게 권하면서 『이것은 방문기념으로 가져가겠다』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뒤 식탁에 놓인 88담배를 빠짐없이 챙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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