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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불감증 심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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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러던 것이 이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안보를 우려할 정도인 28%를 밑돌고 있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을 맴돈다. 하루 세 끼 중 두 끼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7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비교우위론에 의거해 농산물의 수입자유화 노선을 달려왔다. 그 결과 국제경쟁력이 낮은 밀.옥수수.콩 등의 농산물은 급감했다. 앞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반면 일본.스위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100% 이상의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세계는 지구 온난화 등 이상기후로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규모도 대형화돼 식량생산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세계 쌀 재고율은 32년 만에 최저 수준인 18%대까지 하락했다. 쌀 재고율이 정점이었던 2001년(37.4%)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19.2%포인트나 떨어져 세계에 식량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인구가 세계 최대인 중국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농업 인력의 도시유출, 농지 전용으로 곡물생산이 감소한 반면 소비는 크게 늘어 식량사정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우리는 쌀을 생산해 주식으로 하는 미산미식국(米産米食國)이다. 쌀의 생산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즉시 복구할 수 없다.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다는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만으로 쌀을 평가하고 비교우위론을 내세워 쌀을 경시하는 것은 우리 생명을 남에게 맡기는 것이다. 세계 곡물시장은 매우 불안해 무기화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은 2000년 국제가격 하락과 수출부진으로 공황을 맞자 1년 동안 쌀농사를 짓는 개별 농가에 16만 달러(약 1억5000만원)를 지원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 된다"며 벼 수매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던 미국이 왜 쌀을 보호했겠는가.

엄태범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