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장애인 숨은 능력 기업서 활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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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이들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저시력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혀 볼 수 없는 학생들도 상당수였다. "저 학생들이 무엇을 느끼고 돌아갈까. 그냥 멍하니 시간만 보내다 가는 것은 아닌가. 괜히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등등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행사 후 알고 있던 학생에게 전화로 오늘 어떠했는지 물었다. 그런데 지루했다는 말을 들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말 재미있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작품은 이래서 좋고, 저 작품은 저래서 좋았다는 말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록 보지는 못하지만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나름대로 상상해 해석하고, 그냥 쓱 보고 지나쳤던 우리와 달리 냄새를 맡아보거나 작품을 만져보면서 비장애인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낸 것이었다.

'차이의 경영으로의 초대'라는 책을 보면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남과 다르게 사고하고, 이를 지식화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차이는 변화의 원동력이며, 새롭게 바라보는 인재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 창의력.혁신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중요성은 모르는 듯하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른 방법.관점으로 차이를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장애인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들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의 색깔을 덧입혀 독특함을 연출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기업들이 이를 깨닫고, 장애인들이 사회적 소외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원동력으로 대우받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이은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광주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