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뻔한 답 안 통하는 입사면접 '황당 질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올 2월 푸르덴셜 생명에 입사한 박지웅(27.영업인사팀)씨는 실무 면접에서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고 황당해했다고 한다. 그는 "생존을 위한 지식이 담긴 책과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공구함, 가족을 꾸릴 수 있도록 여성을 데리고 가겠다"고 답했고, 면접을 통과했다. 박씨는 "답변이 재치있거나 창의적이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보험회사라 현실적인 답변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면접 질문이 갈수록 튀고 있다. 틀에 박힌 질문으로는 구직자의 개성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kr)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구직자들이 올려놓은 면접 질문 5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적잖은 이색 질문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이색질문의 목적은 절박한 상황을 설정해 제한적인 선택을 하게끔 함으로써 지원자의 가치관을 살피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 면접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래서 이런 질문에는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과 연관지어 자신이 가치관을 대답하는 게 요령이다.

면접에서 의도적으로 돌발질문을 많이 하는 효성그룹은 올해 "한강물의 총 무게는?" "한 해 서울시에서 판매되는 양복은 모두 몇 벌인가?"를 면접질문 내용으로 추렸다. 이때는 자신이 제시한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이색 질문이 늘고 있는 이유는 대학가의 '취업 스터디' 열풍 때문이기도 하다. 취업준비생들이 예상 가능한 면접 질문에 대해서는 '모범답안'을 달달 외워 온다는 것이다. 효성의 최일용 인사담당은 "돌발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면 지원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인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색 질문인 만큼 답변도 이색적일수록 좋다. 하지만 자신이 지원한 회사와 직종을 고려해 답해야 한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술 먹는 회식과 영화 보는 회식 중 어느 회식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답이 더 좋은 점수를 얻었을까. 이 회사 박재원 인사과장은 "영업 직군 지원자는 아무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조사 직군의 지원자는 차분한 성격이 낫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