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펀드들, 외국인 빈 자리 메우며 버팀목 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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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인이 올 들어서 거래소 시장에서만 10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지만 지수는 꿋꿋이 버텼다. 지난해 말 1379.37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가 30일 1356.11을 기록, 1.69% 떨어지는 데 그쳤을 뿐이다. 과거 외국인이 팔기 시작하면 지수가 추락하던 시절과는 판이하다. 외국인이 떠난 빈 자리를 국내 토종 펀드가 메운 덕분이다. 몰려드는 주식형 펀드 자금이 버팀목이었다. 26일 현재 주식형 펀드 잔고는 44조2190억원. 연초보다 12조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 결과 과거 외국인이 차지하던 주요 주주자리를 국내 운용사가 꿰차게 됐다.

◆외국인 빈 자리엔 토종 펀드가=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LS전선.롯데삼강.세이브존아이앤씨 등의 지분 5% 이상을 국내 운용사들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LS전선의 지분 5.08%를 신규 취득했다고 이달 초 신고했다. 앞서 외국계 펀드인 캐피탈그룹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은 이 회사 주식을 팔아 지분율이 5% 미만이 됐다. 연초 30%에 육박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27일 현재 2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국운용은 호텔신라 지분 12.04%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호텔신라 주식을 8.37% 보유하고 있다.

반면 외국계인 에이치에스비씨핼비스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5.5%의 지분을 보유했으나 지분을 일부 매각, 현재는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신라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13.24%에서 27일 10.06%로 떨어졌다. 세이브존아이앤씨는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2.32%포인트 줄어든 반면, 신영투신이 5.42% 사들이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LG마이크론도 외국인들이 보유 지분의 절반 가량을 처분했지만, 대신 한국운용이 6.71%를 사들였다.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인이 떠난 빈 자리를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채우고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삼성계열사, 토종 펀드 입김 세진다=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삼성그룹 계열사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7일까지 국내 자산운용사가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취득, 지분변동 공시를 한 경우는 12차례나 됐다. 이 중 11차례는 올해 처음 지분 취득을 신고했다. 지분 감소를 신고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비해 외국인들이 5% 이상 지분을 신고한 경우는 3차례, 이중 신규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신고한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53.82%에 달하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6년 8개월 만에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 제일기획.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 14개 상장사 가운데 12개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감소했다. 반면 삼성그룹주펀드 열풍을 일으킨 한국운용은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호텔신라.삼성SDI.삼성정밀화학.삼성전기.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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