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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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좀처럼 기자 간담회를 하지 않는다. 7년간 삼성화재 사장으로 있을 때도 1년에 한 번 정도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 그가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지 5개월 만에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만났다. 30일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장이 내민 카드는 라이프케어연구소였다.

이 사장은 "기초부터 다져가기 위해 이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했다. 라이프케어연구소는 한국인의 행동습관과 질병 사이의 관련성,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질병 발생률 등을 연구하고 보험 기초 통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곳이다.

라이프케어연구소는 최근 삼성의 화두인 '창조경영'과 맥이 통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주로 영업에 신경 쓰면서 상품 개발이나 위험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게 그의 반성이다. 하지만 이젠 금융시장 통합 등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두바이가 연평균 기온 40도가 넘는 사막에 초대형 실내 스키장을 만들고, 오아시스 골프장을 건설하듯 삼성생명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게 삼성생명 경영진의 생각이다. 연구소는 이를 위한 발판이라는 얘기다.

이 사장은 최근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외국사의 시장확대를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양적인 팽창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시장점유율이 일시 하락해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고, 회사와 계약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전 분야의 1등이 아닌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1위의 위상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다.

상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법과 원칙에 의해 합리적인 상장안이 나오면 검토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삼성생명의 자산이 100조원을 넘었지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장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지급여력 확충과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기 때문에 결격 사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전략에 대해서는 보장성 보험의 판매를 강화해 2013년까지 자산 20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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