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이미지 벗으려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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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로운 출발' '뉴 아베의 군자표변(君子豹變.표범의 털가죽이 아름답게 변해 가는 것처럼 군자는 자기 잘못을 고쳐 선(善)으로 향하는 데 신속하다는 뜻)'.

26일로 취임 1개월을 맞는 아베 신조(安倍晉三.사진) 일본 총리에 대한 일 언론들의 평가들이다. 상당히 후한 편이다. 취임 전의 '매파' 이미지를 상당 부분 불식하고 국정 운영을 상당히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취임 직후 한국과 중국을 첫 외국 방문국으로 정하는 등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시절의 대미 편향 외교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득점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 '총리의 변신은 무죄(?)'=일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역사관 등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베는 취임 직후 국회 답변 등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명확히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총리가 되기 전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줄곧 말을 흐렸다. 종군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 자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전쟁책임론도 명쾌하게 인정했다.

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일본의 핵 무장론이 대두하자마자 "일본은 비핵화 3원칙을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교육개혁의 방향을 결정하는 '교육재생회의'의 구성원도 친분이 깊은 극우인사들을 전원 배제하고 균형 잡힌 인사들로 채웠다. 아베 총리의 한 달간 행보만 놓고 본다면 대단한 변신이다.

아베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내가 이제(총리 취임 전)까지 밝혀 온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비판은 있겠지만 (그런 비판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자신의 궤도수정을 순순히 시인했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아사히(朝日)신문조차 사설에서 "우리가 아베 총리에 대해 가졌던 우려는 기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 외교'와 '대북 강경 자세'도 아베 호의 출범에 순풍 역할을 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6일 "한국과 중국을 전격 방문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이나, 북한 핵실험에 일본이 독자적인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해 국제사회를 이끈 것이 국민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 '탈 관료 정치' 성공할 수 있을까=일 언론들은 아베 정권 한 달의 가장 특이한 점으로 아베 총리와 관료들의 접촉이 거의 사라진 점을 꼽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 때는 출범 한 달 동안 각료 및 관료를 147회 만났지만 아베 총리는 83건에 불과했다. 그것도 정치인인 각료(장관)가 동반하는 경우에만 전문 관료들의 총리 면담이 허가될 뿐 전문 관료들이 아베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는 아베 총리의 '총리 관저 주도'의 정국 운영 방침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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