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후진' 엇갈린 미국 자동차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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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인 GM.포드.크라이슬러의 운명이 서로 엇갈릴 모양이다. GM이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크라이슬러와 포드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습이다.

◆희망 보이는 GM=지난해 10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회사채 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되 는 수모를 겪었던 GM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발표된 GM의 3분기 순손실은 1억1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17억 달러 적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도산한 자회사 델파이와 관련된 특별지출 등을 제외하면 5억2900만 달러의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471억 달러에서 488억 달러로 늘었다.

예상 외의 호성적은 과도한 복지비용을 축소하는 등 각종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둔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르노-닛산과의 제휴 협상에서 GM이 시너지 효과의 분배를 요구하며 뻣뻣하게 나온 것도 이런 실적 개선이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하지만 GM의 실적 개선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3분기 GM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13.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4%보다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26%에서 25.1%로 감소했다.

◆수렁에 빠진 크라이슬러=크라이슬러는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5일 발표된 3분기 그룹의 순이익은 5억4100만 유로로 1년 전보다 37%나 감소했다. 매출도 8% 가까이 줄어들었다. 주력 상품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인기가 여전한데도 크라이슬러가 회사 이익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는 3분기 12억 유로(약 15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의 보도 외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날 기자회견에서 크라이슬러를 매각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구조적인 변화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며 매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1998년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이 발표됐을 때 세계 자동차 업계는 경악했다. 두 거인의 결합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 격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합병 후 차량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고,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바람에 크라이슬러의 영업실적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합병 당시 840억 달러에 이르던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의 시가 총액은 7월 420억 달러로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사면초가 포드=미국 2위인 포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포드는 3분기 5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0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총 4만5000명을 감원하고 16개 공장을 폐쇄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며 살아남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 비용이 큰데다 핵심사업부인 북미지역 매출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포드가 현금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재규어.애스턴마틴 등의 매각도 인수 희망자가 나오지 않아 진전되지 않고 있다. GM에 이어 추진한 르노-닛산과의 제휴도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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