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필요하세요, 기다리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23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4층 퍼스널쇼퍼룸(개인쇼핑룸.사진(上)). 이곳은 한 해 구입 금액이 수천만원 이상인 최우량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50여 평 규모로 10평 내외의 방 두 개와 거실.화장실 등을 갖췄다. 주차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다. 기자는 두 시간여 기다리다가 고객이 없는 틈을 타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방에는 발리 등 명품 2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명품 업체의 마케팅 특징은 ▶소수 우량 고객을 집중 겨냥하고 ▶희소성을 강조하는 한편 ▶유명인 활용 등으로 요약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명품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희소성을 강조하고 구매력이 있는 소수 고객에 집중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희소성을 강조한다=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는 제품별로 생산량을 제한한다. 이는 '돈이 있어도 못 살 수 있으니 물건 있을 때 빨리 사시오'하는 효과를 낸다. 예컨대 토즈가 12월 초 서울에서 여는 '유니크001'이란 행사도 그런 점에 착안한 것이다. 악어.뱀.얼룩말 등의 최고급 가죽을 이용해 모델별로 가방을 한 개씩만 만들어 고객 200명을 초청해 판매한다. 한정판을 내기도 한다. 명품 업체들은 "공식적인 한정판을 제외한 보통의 명품도 소량만 생산하는 것은 원자재와 생산 인력 부족에 따른 것이지 일부러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소수 고객 집중 공략=개인쇼핑룸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도 있다. 지난해 에비뉴엘이 개관할 때는 4층에 20여 평 규모로 한 곳이 있었으나 최근 고객이 늘자 5층에 하나 더 만들었다. 갤러리아나 에비뉴엘의 개인쇼핑룸에선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다.

명품 업체들을 중심으로 10여 명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트렁크 쇼'로 불리는 간이 패션쇼, 보석 전시 행사 등을 하기도 한다. 노출을 꺼리는 고객에 대한 배려일 뿐 아니라 입소문 효과를 노린 포석이다. 스스로 매장을 찾아와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도 적지 않지만 명품 업체는 핵심 고객에게 호텔이나 백화점 등에서 '트렁크 쇼' '뷰티 클래스'등을 제공한다.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일일이 전화로 알려준다. 현대백화점 명품팀 관계자는 "요즘엔 고객이 명품을 더 잘 알아 스타일리스트를 초청해 패션 경향과 코디법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익활동도 많이 한다=유명 연예인 등에게 자사 제품을 협찬하는 '명사 마케팅'은 구매자에겐 '유명인과 같은 물건을 쓴다'는 만족감을, 일반인에게는'사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영화제에서 배우가 입은 옷과 들고 온 가방을 영화제 다음날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공익활동도 많이 한다.

구찌는 유니세프와 함께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활동을, 에르메스는 에르메스 미술상을 7년째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익활동은 대중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도 노린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명품 업체는 패션지 외에 일류 신문에 광고를 많이 한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