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구(서울시교위 장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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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마 과외만큼 우리 학부모들에게 부담감을 주는 것도 없을 듯하다. 흔히 과외를 시키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들 마음이 어디 그런가. 밤새워 공부하다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고 새벽같이 집을 나서는 자녀가 성적이 안 올라 고민하고, 주위에서는 너나할것 없이 과외는 한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실은 과외는 성적을 올리는 지름길도, 도깨비방망이도 아니다.
물론 과외를 받아야 할 학생도 있다. 질병이나 한때의 잘못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학업결손이 생겼거나 평소의 부족한 학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과외가 부분적으로나마 허용된 것이다.
이같이 부족한 학력을 보충키 위한 수단의 과외가 변질돼 무슨 영재나 수재를 만드는 비방처럼 인식된 게 현실이다. 게다가 과외공부에 과소비 풍조까지 끼어 들어 과외액수에 따라 성적이 오르고 내림이 달라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과외=성적향상」의 등식은 절대 성립될 수 없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대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평소 끈기 있게 부지런히 노력하며 스스로 문제해결에 힘쓰는 것이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또 이런 학생의 학부모들은 대개 자녀의 공부리듬이 깨지지는 않는지, 시간낭비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이런 노력 없이 「남들이 시키니까」라는 생각으로, 거기다 비싸기만 하면 무턱대고 좋은 줄 알고 과외공부에만 매달리는 학부모가 많다.
이런 학부모들은 물론 적당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송아지를 개울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격언을 한번쯤 되새겨보아야 한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자녀의 학력수준에 맞춰 스스로 예습과 복습을 하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공부에 재미도 붙고 성적도 올라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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