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고 이래라저래라…'빨간펜 상사' 가장 싫어요"

중앙일보

입력

요즘 각 기업에서 '빨간펜 상사'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26일 보도했다. '빨간펜 상사'란 부하들에게 지시와 코멘트만 하고 본인은 일하지 않는 직장 상사를 일컫는 말이다.

불성실한 상사에 대한 불만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삼성그룹의 지식포털 '영삼성닷컴'(www.youngsamsung.com) 설문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올해 4월 젊은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업무를 떠맡기고 자신은 노는 상사'(28%)가 직장인을 힘들게 하는 상사 1위에 꼽혔다.

LG그룹의 사내(社內) 포털 'LGIN'이 지난해 '꼴불견 상사'를 주제로 실시한 의견 달기 이벤트에서도 "턱 끝으로 지시만 하고 정작 자기는 노는 상사가 너무 보기 싫다" 등의 의견이 수십 건 올라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상사의 대부분은 자신은 '관리와 지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이 회사 간부의 업무가 아니냐?"는 것이 한 대기업 부장의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K텔레콤의 구경모 인사담당 매니저는 "리더의 역할에는 관리와 지시뿐만 아니라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부하 직원들을 끌고 나가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거듭된 구조조정으로 과장과 차장, 심지어 부장까지 실무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간 관리자가 관리만 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시만 하는 상사'들을 방치할 경우 조직이 부닥치는 부작용은 만만찮다. 특히 이런 상사들일수록 부하 직원들의 일할 의욕을 빼앗아간다는 점이 문제다.

LG경제연구원의 김현기 책임연구원은 "부하 직원들이 '나만 고생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되면 대충 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생긴다"며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과가 떨어지고 이직(移職)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