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금강산 사업 먼저 중단 선언 할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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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10월 9일) 뒤 처음으로 남북 관계의 파국을 경고했다. 대남 기구인 조평통이 25일 남측의 대북 제재 참여 움직임과 관련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서명한 6.15 공동선언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비난 공세를 펼쳤다. 조평통 담화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북한과의 민족 공조냐, 미국과의 동맹이냐를 놓고 양자택일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한이 문제 삼은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 쌀.비료 지원과 수해 구호 물자 제공 같은 인도주의적 사업의 중단이다. 둘째, 남북 경협 사업(금강산관광.개성공단 등)에 제동을 걸려고 한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움직임이다.

문제는 담화 중에 북한이 이미 단계별 대응 조치를 결정해 놓고 이를 통보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단순한 비난.협박이 아니라 어떤 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사전 경고 같다"고 설명했다.

남한의 대북 제재 참여 시 북한이 언급한 '해당한 조치'가 무엇일지도 관심이다. 당국 간 대화는 올 7월 장관급회담 결렬 이후 단절돼 왔다. 인적.물적 교류도 극도로 위축됐다. 그래서 북한이 내놓을 극약 처방이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 중단일 가능성이 지적된다. 남한 기업들에 실질적 타격을 주는 한편, '포용 정책의 상징 사업'을 무력화시키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남북 관계의 전면적 단절을 선언해 노무현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을 가능성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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