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로 물러나는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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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5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정책적 실패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북한 핵실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장관으로서 정책적으로 져야 할 책임과 그와 관계없이 장관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후자가 이번 사태에 있어 엄중할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정책 실패보다 정치적 책임을 더 의식했다는 얘기다. 그는 "대북 정책이나 외교안보 정책을 이념이나 정치적인 무기로 보는 부분은 아쉽다"며 "내가 사임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적 합의 도출을 마련하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사의 표명은 언제 결심했나.

"국회에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고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꽤 오랜 시간 생각해 왔다. 외교안보 라인 교체 시기에 맞춰 내 (거취)문제가 같이 돌아가는 게 좋다고 봤다. 외교안보 라인이 다 바뀌는데 나 하나만 남으면 더 공격 대상이 될 것이고, 정쟁이 가중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많은 부담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청와대로 다시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학계로 돌아가겠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현재 세종연구소 휴직 상태다. 4년 동안 떠나 있었는데… 다시 학계에 돌아가 봉사하고 싶다."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국제사회가 막았어야 할 북 핵실험 상황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굉장히 유감이고 회한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역량과 역할을 벗어나서 무조건적으로 국정 운영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 그 일을 어떻게 했느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마치 비가 안 오면 왕의 책임이었던 것처럼…. 그런 국민정서가 있음을 전적으로 인정하지만, 시민사회와 정치.언론 영역에선 이런 것들이 극복돼야 한다. 그래야 정말 어려운 상황을 당해서도 초당적.범국민적 대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의 얼굴이자 상징 같은 인물이다. 사퇴가 포용정책의 변화로 비쳐질 수 있지 않겠나.

"포용정책은 상황에 맞춰 조정되겠지만 원칙과 기조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임 장관도 당연히 유지해 가겠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이 확고하게 포용정책을 추진해 간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걸로 안다. 내 사임이 포용정책의 변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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