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서 미군 3만 명 숨진 사실 송민순 실장에게 상기시켜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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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을 위해 싸우다 3만 명이 넘는 전사자를 낸 나라라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한다."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이란 송민순 대통령 안보실장의 발언에 대해 도널드 럼즈펠드(얼굴) 미 국방장관이 이런 식으로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럼즈펠드 장관은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열었다. 미 국방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럼즈펠드 장관은 윤 장관에게 "(송 실장이) 미국은 전쟁을 가장 많이 치른 나라라고 했다는데, 그가 말한 미국의 전쟁 중에는 3만여 명이 전사하고 10만여 명이 부상한 한국전쟁도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 그에게 상기(remind)시켜 줘야 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윤 장관 측은 '불편해하는(uncomfortable)'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럼즈펠드 장관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관리들이 송 실장의 발언에 크게 반발했다"며 "미국은 송 실장 발언을 통해 한.미 동맹과 북한을 보는 시각에 한국과 심각한 거리가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정부나 청와대 쪽에서 나온 어떤 발언보다도 미국을 '전쟁하기 좋아하는 나라'로 묘사한 것에 대해서는 참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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