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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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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어떤 조직이든 내부의 융화와 단합은 그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유능한 리더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도록 적당한 유인책(incentive)을 잘 활용한다. 대부분의 조직에는 유인책으로 상벌(賞罰)에 관한 내부 규칙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직이 흥하기도 망하기도 한다.

내부의 융화와 단합이 중요하지만 지나치면 엉뚱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결속력이 단단한 조직일수록 외부와 단절된 채 내부의 구성원끼리만 똘똘 뭉쳐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골몰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큰 조직에 속한 한 부서가 내부의 결속만 강조하다 보면 걸핏하면 다른 부서와 충돌하고, 심지어 전체 조직의 목표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매사에 부서의 이익을 앞세우다 보니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한 조직인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합심해 한참 노를 저어가다 보니 배가 산으로 올라간 격이다.

경제.경영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내부성(internalities)이라고 한다. 1979년 미국 랜드연구소의 찰스 울프가 비시장조직(정부) 실패의 유형을 지칭하는 용어로 고안한 말이다. 울프는 정부 조직이 걸핏하면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겠다고 나서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이유의 하나로 정부 조직의 내부성을 꼽았다. 겉으로는 공익을 위한다고 열심히 일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조직 내부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단결해 예산 따내기나 자리 늘리기, 설비나 집기 바꾸기, 내부 정보 통제 등에 골몰하는 것이다. 단결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자신들만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들만을 위해 일한다는 게 문제다. 여기서 조직 운영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참여정부의 코드 인사는 내부성의 전형이다. 겉으로는 항상 개혁과 국익을 내세우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정책 목표를 정하고, 자리를 돌려앉는 데 불과하다. 내부의 융화와 단합은 잘되지만 정책의 성과는 신통치 않거나 부작용이 크다. 철저한 내부 지향적 조직 운영의 결과다. 이런 조직에선 외부의 평가나 비판을 도외시하거나, 똘똘 뭉쳐 대항한다. '마음맞는 사람끼리 일하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느냐'는 식이다. 뒤늦게 외부에서 유능한 선장을 구한다지만 배가 산으로 너무 많이 올라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