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 수학못해'믿으면 실제 성적 나빠져

중앙일보

입력

'여자는 선천적으로 수학을 못한다'고 믿으면 실제로 성적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팝뉴스가 외신을 인용, 23일 보도했다. 남녀 차이는 후천적이라고 믿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성적이 높았다.

해외 언론이 20일 발행된 학술지 '사이언스'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캐나다 연구팀은 유전적 핸디캡을 믿으면 실제로 시험 성적이 낮아진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스티븐 하이네 등은 총 225명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 간 연구를 진행했다.

피실험자들은 먼저 수학 문제를 풀고 난 후 에세이 독해를 했고 그 다음에 두 번째 수학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네 그룹으로 나누어진 피실험자들은 집단마다 다른 내용의 에세이를 읽었다.

제1그룹이 읽은 글은 남자가 유전적으로 수학에 능해 점수가 5 포인트 높다는 내용이었다. 제 2 그룹은 남자가 성적이 높지만 그것은 후천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글을 읽었다. 부모나 교사가 남학생들에게 수학 공부를 더욱 장려하는 것이 점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

3그룹의 경우 성별에 따른 수학 성적의 차이는 전혀 없다는 내용의 에세이를 읽었고, 4 그룹은 수학에 대한 언급이 없는 예술 관련 글을 읽었다.

남자가 유전적으로 수학에 능하다는 글을 읽은 제 1 그룹과 제 4그룹의 여학생들은 25 문제 중에서 5 ̄10 문제를 맞혔을 뿐이지만, 남녀의 수학 성적이 후천적이라는 내용의 에세이를 읽은 제 2그룹과 성별 수학 학습 능력 차이가 없다는 글을 읽은 3그룹은 25문항 중 15 ̄20 문제를 맞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의 수학 학습 능력 차이가 선천적이라고 믿으면 실제 수학 점수 낮아지고, 그런 차이가 없다거나 후천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여성의 경우는 수학 점수가 훨씬 높았던 것이다.

또한 남녀의 유전적 차이를 주장하는 글을 읽은 제 1그룹의 경우 첫 번째 수학 시험 보다 두 번째 시험 성적이 더 나빠지는 것도 밝혀졌다.

말하자면 자신에게 유전적인 핸디캡이 있다고 믿어 주눅이 들면 실제로 성적이 나빠지며, 반대로 선천적 차이가 없다고 믿으면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고정 관념의 위협 효과(stereotype threat)'가 다시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부정적 고정 관념에 젖으면 그런 고정 관념에 갇혀 행동하고 또 실제로 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가 재확인한 것이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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