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재박 감독 선임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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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박 감독(52)이 LG 사령탑으로 새로 부임하면서 재계 경쟁자인 LG와 삼성.물과 기름 같은 서울 한지붕 두 가족인 LG와 두산간의 라이벌 격전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스포츠서울이 보도했다.

올시즌 초반 감독을 낙마시키는 강수를 둔 LG는 지난 20일 김재박 감독을 새로 영입해 최근 몇년간의 부진 만회를 노리고 있다. 내년 시즌부터의 성적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LG와 삼성.LG와 두산간의 라이벌 관계에 김재박 감독이 뛰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은 흥미를 가질 만하다.

김 감독은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1승3패로 무릎을 꿇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지만 삼성에 대해선 특별한 감정이 있다. 2004시즌이 끝난 후 박진만 심정수 등 애지중지하던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에 보낸 뒤 "야구가 돈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며 삼성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비록 지난해 7위에 머물며 수모를 당했지만 올핸 정규시즌 1위 삼성과 가장 비등한 전력을 선뵈며 1위 자리를 끊임없이 위협했다. 그렇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덜미를 잡혀 삼성을 누르겠다는 각오를 실현하진 못했다.

이제 LG로 둥지를 옮긴 김 감독은 첫번째 숙제인 팀 재건을 위해 매진하면서 가슴에 맺힌 한을 풀기 위해 선동열 감독의 삼성에 정면으로 도전할 기세다. 돈 씀씀이에서 삼성에 못지 않은 LG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르다.

게다가 LG는 삼성과 부정 배트 시비 등 크고 작은 신경전을 끊임없이 벌인 전력을 갖고 있다. 재계 라이벌이라는 점이 껄끄러운 관계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악연도 감정의 골을 깊게 팠다.

두산과의 라이벌 경쟁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잠실구장을 쓰면서 팀 컬러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등 사사건건 비교가 됐다. 2000년 이후 양팀간 성적은 두산의 우세로 흐르고 있다.

친정팀 LG의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김 감독 입장에서는 두산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처지다. 그동안 LG는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에서는 뒤지지 않지만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투지도.작전수행능력도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두산에 밀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15년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우승청부사' 김 감독의 용병술이 어떻게 빛을 발할 지 더욱 궁금해진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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