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훔친 '미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개그맨 홍록기의 눈길이 소형 승용차 미니 쿠퍼에 꽂힌 것은 벌써 3년전의 일이다.

친한 선배의 옷가게를 방문했을 때라고 한다. 그 선배는 매장안에 구형 미니쿠퍼를 전시했었다. '클래식 미니'라고도 부르는 모델로 차량으로서의 수명은 이미 끝나 차량 등록도 취소한 장식용이었다. 지금의 미니쿠퍼와는 차이가 있지만 작고 깜찍한 형태에 반했다고 홍씨는 말했다. 때 마침 그가 가게를 방문했을 때 선배는 구형차를 다른 매장으로 옮기려고 했다. 차량을 들어 다른 차량에 얹고 다시 내리는 공정에 논의가 복잡해지자 홍씨가 말했다. "아 그 차 그냥 몰고 가면 안돼?" 그리고 차에 올라 꽂혀 있는 열쇠를 돌리니 '부릉'하고 시동이 걸렸다. 요즘의 '파워 핸들'이 아니라 온 힘을 주어 핸들을 돌려 매장을 빠져 나왔고 그 길로 구형 미니쿠퍼의 이사를 끝냈다.

기억 속에 사라졌던 쿠퍼는 1년 뒤 영화 '이탈리안잡'을 통해 홍씨에게 다시 찾아온다. 현재 최신형 미니쿠퍼S 컨버터블 모델이다. 이 영화에서 쿠퍼는 작지만 전천후에 무소불위의 자동차로 맹활약을 한다. 모델을 바뀌었지만 홍씨는 직감적으로 "바로 그 차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미니쿠퍼 팬이 된 지 오래된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다. 약 두 달전 미니쿠퍼S의 컨버터블 모델이 국내에 출시된 것이다. 그는 자동차 판매상 문전에 줄서 기다리듯 서둘러 차량을 구입했다.

"자동차 매장에서 길턱을 넘어 도로로 향할 때였지요. 길바닥 요철의 감각이 그대로 몸으로 전해지는 거예요. 차의 예민함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두 달 동안 약 1000㎞를 몰았다는 홍씨는 "아직까지 길들이는 중이라 조심 조심해서 운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관 때문에 샀던 이 차의 기계적 성능에도 만족스런 반응이다. 스스로 "딱딱하다"는 표현을 썼다. 핸들도 3년전 몰았던 구형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승용차들보다 훨씬 뻑뻑하다는 감을 느낀다. 승차감도 일반 승용차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한다.

"차체 자체가 작고 바닥도 낮지요. 일반 승용차와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익숙해질 때까지 좀 어색하다는 느낌을 갖지만 금방 익숙해지고요. 요즘은 다른 차를 탈 때 도리어 이상해집니다."

배기량이 1600cc로 작지만 대신 차체도 작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속도도 쉽고 빠르게 올라간다고 한다. 뒷자리를 제외한다면 차량 내부 의자도 의외로 넓고 여유가 있다고 했다.

그가 운전하는 미니쿠퍼S는 컨버터블형, 즉 차량의 지붕을 없앨 수 있는 형태다. 단후 하나만 누르면 보통의 승용차는 20초도 안 되는 동안에 정면 유리창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차 안으로 접히고 완전 다른 형태로 변신을 한다. 홍씨는 이 때의 기분 때문에 더 비싸고 큰 승용차의 유혹도 뿌리치고 미니쿠퍼를 몬다고 했다. 특히 요즘은 외제차나 컨버터블 형태의 차량이 늘어나 운전할 때 주위의 시선을 덜 의식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몰고다니는 미니쿠퍼는 오렌지 색이다. 외관도 앙증맞고 색깔도 차량색으로는 드물어 그래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며칠전 압구정동에서는 차를 보다 그를 알아본 여성팬이 무작정 차에 타 동네 한바퀴 드라이브를 시켜줬다고 했다. 국산 RV차량과 함께 두 대의 차량을 가지고 있다는 홍씨는 미니쿠퍼를 '세컨드 카'의 개념으로 샀지만 이제는 '메인카'가 됐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왕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