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못 하고 한·미 국방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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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에 주요 현안이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가 확정됐다. 전작권 전환은 1978년 연합사 창설 이후 유지됐던 군사동맹 구조의 획기적 변화를 예고한다. 전작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 이후 한국 방어는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이 주도하게 된다.

◆ 협상의 막전막후=SCM을 앞둔 지난주까지 양국은 전환 시기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 측이 공동성명 초안을 보내면서 '2009년'을 제안하자, 한국 측은 '2012년에서 더 이상 앞당길 수 없다'고 회신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워싱턴에 도착한 19일(미국시간)까지도 상황은 똑같았다. 이날 실무회의에서 한국 측은 "2012년 이전에 전환키로 하자"는 절충안을 꺼냈다. "이 안에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차관보가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협상 실무자는 전했다. 이에 미국 측은 "2009년부터 늦어도 2011년 12월 31일까지 이양한다"고 역제안을 냈다. 그러나 한국 측은 "전환 시기에는 2012년이 포함돼야 한다"고 거부했다.

20일 오전 윤 장관과 럼즈펠드 장관의 본협상에선 상황이 더 악화됐다. 럼즈펠드 장관은 "2009년이면 충분하다"며 시기를 못 박았다. 그 직후인 낮 12시30분 장관 오찬에서 한국 측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국내의 반대 여론을 전했다. 협상은 양국 국방장관의 공동 기자회견 뒤인 오후 8시에야 타협점을 찾았다. 미국 측은 '2012년 1월 1일'을 전격 제안했다. 여기에 한국 측 주장을 어느 정도 반영해 '2009년 10월 15일~2012년 3월 15일'로 하기로 확정됐다.

◆ 향후 변수=한.미는 먼저 군사위원회(MC) 회의를 통해 전환 계획의 진전 상황을 평가한다. 양국 국방장관은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공동이행계획을 마련한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는 대신 이를 대체할 한.미 군사협조본부(MCC)가 창설된다. 이 과정에서 용산기지와 주한미군 2사단의 평택 이전도 마무리된다. 공동 작전계획도 마련된다. 변수는 한.미 관계와 북핵이다. 양국이 합의한 '진전 상황 평가'에는 북핵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도 포함된다. 이라크 파병 연장 등과 같은 미국 측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전작권 전환은 2009년께로 당겨질 수 있다.

채병건 기자.워싱턴=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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