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크게 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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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부 장관(왼쪽)이 20일 워싱턴에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끝낸 다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웃고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오후(미국시간) 한.미 국방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은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작권 전환과 핵우산 제공 구체화 표현 등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한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한 채 양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미국 기자들은 럼즈펠드 장관에게 대(對) 이라크 정책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미 중간선거(11월 7일)를 눈앞에 둔 때문인지 럼즈펠드 장관은 상당 시간을 할애해 이라크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 옆에 서 있던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묵묵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문답 내용.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얼마나 임박했다고 보나.(미국 기자)

▶윤 장관="1차 때도 그랬지만 2차도 가능성을 두고 한.미 정보 쪽에서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 방금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두 번째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들었다. 그러나 두고 볼 일이다."

-김정일의 말을 믿나.(미국 기자)

(이때 럼즈펠드 장관은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웃는 장면을 연출)

▶윤 장관="과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핵우산 표현을 강화하자는 한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뭔가.(한국 기자)

▶럼즈펠드 장관="나도 모르는 내용을 어떻게 기자가 알고 있느냐. 소스(정보원.한국 측을 지칭)가 미리 얘기해준 모양이다. …공동성명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다."

회견장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질문이 나왔을 때 윤 장관이 럼즈펠드 장관에게 뭔가를 급히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두 장관은 회견 뒤 복도에 서서 이견이 노출된 핵우산 구체화 표현 등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워싱턴=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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