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0년간 공들였는데 … " 에너지 확보 계획 또 차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서 개발 중인 대규모 가스전 '사할린1'에서 앞으로 생산할 천연가스가 전량 중국에 판매될 전망이라고 아사히 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사할린1의 사업주체인 미국 엑손모빌이 천연가스 전량을 중국에 수출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이달 중순 중국 측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와 교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투자액이 모두 150억 달러에 이르는 이 프로젝트의 개발 수익은 엑손모빌과 일본 기업이 똑같이 30%씩 나눠 갖기로 돼 있으나, 계약.협상 등 운영 주도권은 엑손모빌이 갖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구체적인 각서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본격적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계약 전 단계의 합의로 보인다"고 전했다. 천연가스는 바다와 연해주 연안을 지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수송될 전망이다.

당초 일본 가스업체는 사할린으로부터 길이 1500㎞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2008년부터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할 계획이었고, 일본 정부도 안정적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해 왔다.

그러나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에 따른 어업 보상 문제가 불거지며 일본의 전력.가스업체들이 난색을 보여 왔다. 그러자 엑손모빌은 투자비 조기 회수를 위해 중국에 수출하는 쪽으로 관심을 보였고, 이에 CNPC가 고가 매입을 제안하자 수출선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엑손모빌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일본의 전력.가스회사는 사할린1로부터는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은 이란 아자데간 유전 개발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러시아가 '사할린2'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 타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사할린1에서마저 가스를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경우 국가 자원 전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소영 기자

◆ 사할린1=사할린섬 동북부 연안에 묻힌 원유와 천연가스를 러시아.미국.일본 등이 공동 개발하는 사업이다. 옛 소련 시절인 1975년 개발 기본계약이 체결돼, 미 엑손모빌과 일본의 이토추상사.마루베니 등이 참여했다. 원유는 올 연말, 천연가스는 2008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 원유 23억 배럴, 천연가스 4840억㎥에 이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