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믿을 수 없는 외교안보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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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태도는 더 이상 참고 지켜볼 수 없다. 하루만 지나면 밝혀질 내용을 허위로 발표하고, 관련국에서 부인하면 다시 뒤집는 일을 반복한다. 같은 외교 정보를 놓고도 관련 부처 간 해석은 제멋대로다. 나라의 체면과 신뢰를 망가뜨리고 국민의 혼선을 가중시켜 가며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의 핵우산과 관련, 국방부는 허위.과장을 반복했다.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에서 연합사령관에게 핵우산 전략지침을 하달했다는 한국 측 발표는 하루 만에 허위로 밝혀졌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명시된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일종의 과장이다. 미국 측은 과거에 표현한 '핵우산'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핵우산'이란 표현을 빼자고 한 지 1년 만에 북핵이 터지자 핵억지력을 강화한 듯 법석을 떤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璇)의 발언을 놓고도 외교부와 통일부는 딴소리를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을 포기하겠다"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했다는 탕의 전언이 외교 경로로 전해지자 외교부는 전제조건도 분명치 않은 '의미 없는 정보'로 치부한 반면, 통일부는 '전제조건'보다는 포기와 복귀에 초점을 맞춰 '의미 있는 변화'로 해석했다. 결국 언론은 헷갈렸고, 국민들도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를 형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설명을 직접 들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를 부인했고, 미.일 외교 당국은 한결같이 평가절하했다. 외교안보팀의 정보 해석.조율 능력 등에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 것이다.

과거의 정책 실패는 차치하고, 북핵 위기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조차 이리 갈팡질팡하는 외교안보팀에 우리 국민을 믿고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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