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동참을" 중국 "외교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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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20일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만나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조건 없이 즉각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미.중 외무장관 회담을 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가 있지만 대북 금융 제재는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과의 접경지역을 철저히 통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리자오싱 부장은 "중국이 유엔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의무 사항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모든 관련국들이 냉정을 유지하면서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 부장은 양국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위기상황을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이날 라이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외교와 대화로 풀어가는 게 관련 각국에 모두 유리하며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위험하고도 불법적인 '물질'의 거래를 막기 위한 유엔 결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미.중 양국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은 이날 라이스와의 면담에서 자신의"(평양 방문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 북한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탕 국무위원은 또한 "미국이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취하길 희망한다"고 말해 북한 문제 해결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를 내보였다. 그는 "(북핵) 문제는 중대 시점에 도달했으며 모든 당사자들은 냉정함을 유지해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리자오싱 부장은 "적어도 북한과 중국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켰다"고 탕 국무위원의 특사 방문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모두가 6자회담을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탕자쉬안 특사는 18일 평양을 방문해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핵문제를 논의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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