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인터뷰 "힐 방북 무산이 가장 안타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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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의 비화를 펴낸 아사히신문의 후나바시 위원은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전 과정을 돌이켜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미국 측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이 무산된 게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책을 펴내게 된 동기는.

"이 문제가 지난 4년간 가장 관심 있는 이슈였다. 북한 핵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가 라는 문제의식 아래 6자회담의 진실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가고 싶었다. 표면에 드러난 발언이나 의사결정의 이면에 어떤 물밑 대화가 오고 갔는지, 무엇이 이뤄지고 무엇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등. 내막을 정확히 알아야지만 큰 그림이 그려진다고 보았다."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요약하면.

"당사국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힐 대표의 방북이 무산되고 말았지만 역시 가는 게 옳았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놓침으로써 가장 큰 손해를 본 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이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했는데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번에 출간하는) 책에선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사실을 밝힘으로써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압력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미국.일본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역시 북.미 양자 협상이 있어야 한다. 유엔 제재, 중국의 압력이란 수단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이 자신의 속셈을 털어놓아야 하는 상대는 미국이다. 그게 북한으로서도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자세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민족 통일을 지향하고 자주적 입장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북한 핵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핵문제가 최종 해결되지 않으면 민족 통일도 없다는 점을 노무현 정권은 좀 더 깊이 인식하고 이를 대외적으로도 확실히 했으면 한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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