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백송」되살리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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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17일 폭우로 쓰러졌던 서울 통의동의 6백년생 백송(천연기념물4호)이 시민들의 끈끈한 정과 관심에 힘입어 되살아나게 됐다.
당초「소생 불가」판정을 내렸던 서울시는 24일 이 백송을 소생시킬 수 있다는 일부 임업전문가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캐내기로 했던 당초방침을 바꿔 특수약품 등을 활용해 넘어져있는 상태에서 회생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10∼2년 전이 백송의 씨앗을 주워 싹을 틔우는데 성공, 「아들나무」를 키우고 있다는 김동신씨(55·동일상사 대표) 등 3명이 기증의사를 밝혀 94년 서울도읍 6백년행사 때 후계수로 받기로 했다.
서울시는 당초 백송의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잔가지를 꺾꽂이해 후계수를 육성하기로 했었으나 백송의 죽음에 대한 시민들의 애통함이 큰데다 노태우 대통령도『백송이 천수를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려 보라』며 관심을 보임에 따라「백송회생 추진 위원회」를 구성, 되살리기로 한 것이다.
고건 서울시장과 이창복 교수(문화재 전문위원)·강전유 나무병원장 등 전문가들이 24일 오후 통의동 현장 회의에서 일부 살아있는 뿌리부분에 약품처리를 하고 나머지 상처난 부분도 치료해 소생시켜보기로 결론지었다. 서울시는 우선 남·북 양쪽으로 갈라져 넘어진 나무는 20cm∼1m 정도 위로 올려 받침목을 해 놓기로 했다.
시는 또 재일교포 김우식씨(43·여·대판거주)가 일본에서 최근 개발된 뿌리내리는 특수약품(마텔주식회사 제품)을 갖고 백송 소생을 위해 24일 오후 급거 서울로 달려옴에 따라 이 약품도 활용하기로 했다.
백송 소생 결정이 내려지게 된 데는 백송이 쓰러진 뒤 거제에서 상경, 1주일이 넘게 여관에 머물며 소생 책을 강구해온 분재 연구가 윤종환씨(44·경남 거제군 일운면)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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