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위주 교육으로 주관식에 강한 건 당연"|국제 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장서울대 윤옥경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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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와 같은 교육풍토 아래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머리를 짜내 풀어야 하는 주관식 문제에 우리학생들이 약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9∼18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제31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 54개 참가국 중 32위를 한 한국대표단을 인솔하고 귀국한 윤옥경 단장(서울대 수학과 교수)은『우리의 교육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상위입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에 이어 연속1위를 차지한 중국은 물론 소련 등 동구국가가 대회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 나라에서「사지선다형 수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윤 교수는 풀이했다.
서방국가로는 프랑스가 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프랑스는 대입시험에서 수학이 합격·불합격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때문.
이번 대회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총 6문제가 출제됐는데, 문제 당 7점 만점으로 한나라에서 6명의 대표가 출전, 총 2백52점 만점의 시험을 치렀다. 1위인 중국은 2백30점, 19위를 차지한 북한은 1백9점인데 비해 우리는 79점으로 개인평균성적은 13점 정도.
기하·순열·조합·대수·정수론·해석학 등 수학전반에 걸쳐 고루 출제되는 수학올림피아드에서『우리학생들이 가장 취약한 분야는 대수·정수론』이라고 분석하는 윤 교수는 그 이유로『대수·정수론이 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사고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참가에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둔 북한의 경우 평양 제일고등중학교라는 단일학교출신 학생들로 대표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1년 이상 집중적으로 시험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위 입상국가의 경우 상당수의 학생들이 지난해 대회에 참가한 경험을 가진「중견」들이었다고 설명하는 윤 교수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암기 식에서 주관식으로 교육형태를 전환하고 영재를 조기에 발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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