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선영(1964~ )
꿈에 눈 뜨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나무에 검고 커다란 눈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바라본 것은 나의 눈이었지만
나는 그 눈에 내가 비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무에도 눈이 있었다니!
세상의 아무도 나를 못 보았다고 해도
그 눈이 나를 밝혀내리라
나뭇가지 사이 반달처럼 걸린 외짝 눈에
숨어 있던 내가 들키리라
한겨울 동지 지나 배나무 보면 '꽃눈'이 나와 있다. 아하! 꽃눈이라! 감탄하며 본 적 있다. 아무에게도 호명되지 않을 때 비로소 내가 어디에나 있는 줄 누가 알았으랴. 나무도 나를 보며 구름도, 냇물도 나를 보고 있음을. 만물이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장석남.시인>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