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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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눈'-이선영(1964~ )

꿈에 눈 뜨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나무에 검고 커다란 눈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바라본 것은 나의 눈이었지만

나는 그 눈에 내가 비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무에도 눈이 있었다니!

세상의 아무도 나를 못 보았다고 해도

그 눈이 나를 밝혀내리라

나뭇가지 사이 반달처럼 걸린 외짝 눈에

숨어 있던 내가 들키리라



한겨울 동지 지나 배나무 보면 '꽃눈'이 나와 있다. 아하! 꽃눈이라! 감탄하며 본 적 있다. 아무에게도 호명되지 않을 때 비로소 내가 어디에나 있는 줄 누가 알았으랴. 나무도 나를 보며 구름도, 냇물도 나를 보고 있음을. 만물이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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