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개성공단·금강산 보완하고 개선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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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왔으니 스노우타이어로 갈거나 체인을 끼워야 하지 않겠나. ”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장관급)이 18일 본사와 현대산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에서 대북 포용 정책의 핵심인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사업과 관련해 한 말이다. 그는 그러나 “차(포용정책)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이날 북핵실험에 대한 대응방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참여 등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북이 핵실험을 한 이상 한국 정부가 불가피하게 제재에 동참해야하지만 ‘필요하고 적절한 수준’의 제재가 돼야 한다”며 “북쪽에서 여러 움직임이 있으나 2차 핵실험과 관련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금은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제별 강연 요지.

◇포용정책=한국 정부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결코 같이 살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북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원위치로 돌려 놓아야 한다. 북은 정치ㆍ군사ㆍ안보문제에서 나름의 계산이 있다. 한국과는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미국과 논의하겠다는 뜻). 그런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 포용정책이다.

포용정책이 효과도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를 현재 상황에 맞게 어떻게 보완하고 수정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급한 상황에서 순간적인 반응으로 대응책을 만들 게 아니라 국내여론을 수렴하고 국제적 상황도 반영해 조율해 나갈 것이다. 흥분곡선이 올라간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성공단ㆍ금강산 관광 사업=안보리 제재 결의,한반도 안보상황,남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과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다. 이 사업들의 당초 목적에도 맞고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에도 부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두 사업에서 보완하고 개선할 점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 자체를 바꿀 순 없다(사업을 포기할 순 없다는 뜻).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7일 “금강산 관광은 곤란하다”는 식의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이날 저녁 다시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통보해왔다.

◇PSI 참여 여부=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다른 나라가 참여하는 것과 한국이나 중국이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한ㆍ중 참여는 매우 민감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아시아 순방에 앞서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동북아 지역의 민감성을 감안해 책임을 이행해야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남북간에는 해운협정(2005년 8월 발효)이 맺어져 있다. 북한 선박이 남측 수역을 통과하려면 사전에 운항계획과 화물 내용 등을 우리에 통보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협정과 PSI가 잘 맞도록 해야 한다.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필요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참여 폭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운ㆍ운송 등 정부 관련 부처 국장급에서 논의하고 있다. 남북물자교류 통제,금융 제재 등도 안보리 결의 취지에 맞도록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있다.

◇핵 개발은 어리석은 일=그는 “북한이 안보 위해를 받는 것은 남북 격차가 심화된 상황에서 체제 자체의 결험, 국가운영 방식의 결함때문이지 핵무기가 없어 안전 보장이 안된다는 것은 전적으로 틀린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안전은 남북관계 발전에 있으며 교류 협력이 많이 되면 누구도 북한을 못친다”며 “핵을 개발하면 사실상 우리가 인질인데 그런 방식으로 균형을 잡거나 북한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환수.핵우산=핵문제가 있으니 전작권 환수를 재고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전작권 전환 방식은 비유하자면 ‘미군이 운전하고 한국이 조수석에 앉아 있다,한국과 미국이 자리를 바꿔 앉는 것’이다. 미군이 완전히 차에서 내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북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전술핵이 핵우산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전술핵이 아닌 다른 큰 우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미국의 입장이 하나로 정돈 돼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북한의 행동도 아닌 한마디 말 조차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핵확산을 막으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을 존중한다. 그러나 한국의 이익과 미래가 걸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요구해야한다. 이것이 동맹의 원리이며 그게 깨지면 동맹이 안된다.

유철종ㆍ정용수 기자 [cj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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