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암수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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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 ● . 백홍석 4단

전기 챔피언 뤄시허(羅洗河) 9단이 초조한 얼굴로 몸을 뒤척인다. '큰일이다!'고 그는 속으로 부르짖고 있다. 상대는 무명이고 바둑은 어언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 아직도 우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속기 명수의 체면(?)을 벗어던지고 4분 정도 열심히 계산을 해본다. 그러나 어지럽게 펼쳐진 바둑판은 정밀한 계산을 거부한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미세하게 불리한 것 같기도 하다. 뤄시허는 문득 암수를 떠올린다.

장면도(140~144)=140은 '참고도 1'의 백 1처럼 한발 더 가는 것이 집짓기에 유리하다. 넓게 뛴 것 같지만 A, B가 다 선수여서 걱정 없다. 이런 걸 모를 리 없는 뤄시허가 140으로 좁힌 까닭은 노림이 있기 때문이다.

백홍석 4단은 141로 전진한다. 백진 속이니까 살얼음 밟듯 조심스럽다. 142로 붙였을 때는 살기라도 느낀 듯 멈칫하더니 결국 143으로 젖힌다. 순간 뤄시허의 손이 번쩍하더니 144로 뚝 끊어버렸다.

이 수가 뤄시허의 노림이었다. 140, 142로 흑을 유인한 뒤 퇴로를 차단하는 것. '참고도 2'흑1, 3은 선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수라 할 5의 진출이 불가능하다. 5로 나가지 못하면 바둑은 대패하고 마는데 지금은 백C가 기다리고 있어 나갈 수 없다. 백홍석은 결국 걸려든 것인가. 난국을 벗어날 묘수는 진정 없는 것인가.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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