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vs 미중, '외교단짝' 바뀌나

중앙일보

입력

핵실험 이후 북한을 둘러싼 국제 외교가의 단짝이 바뀌고 있다고 문화일보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일이 미국의 친중 움직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전통적인 형제국 중국을 대신해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달라진 관계는 핵실험 사전 통보에서 드러난다.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 당시 북한은 러시아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핵실험을 진행할때는 2시간 전에 알렸다. 맹방인 중국이 20분 전에야 연락 받았음을 고려하면 북한이 러시아의 체면을 톡톡히 살려준 셈이다.

러시아 역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서 군사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는 데 일조해 북한의 구애에 화답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관계 변화의 원인을 미국의 친중 정책에서 찾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점점 가까워지는 미중 관계를 경계한다는 것. 미국의 중국 끌어안기가 중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혈맹인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버리려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기대, 국제사회의 여론을 따르는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게 북한의 숨은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 정부도 이를 고도의 술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러시아 측에 우호적 신호를 보내면, 중국이 자극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70년대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적절히 오가며 원하는 것을 얻어내던 '등거리 외교'의 재연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도 북한과 전략적 이해를 같이한다.

러시아는 북한 핵실험이라는 호재를 통해 대북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북핵 문제를 풀 영향력 있는 당사자 지위를 얻는 한편, 남북을 오가며 몸값을 키우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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